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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마라톤 축제를 달리다.

2010 뉴욕마라톤 136.jpg 

마라톤이 끝나고도 나는 한동안 완주메달을 목에 걸고 맨하탄을 활보했다. 낯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면서 Congratulation! You are the winner!하는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다. 오늘 하루만은 진정한 winner로 행세를 하고 다녀도 좋겠다. 사실 나는 마라톤을 시작하고는 이미 winner가 되었다. 나는 작은 영웅이었다. 세상에 건강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은 영웅이었다.

감동의 여운은 그 다음날 잠에서 깨어날 때에도 계속되었다. 귓가에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맴돌았다.

45천 명의 작은 영웅들이 전하는 건강과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삼백만 뉴욕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함께한 잔치 한마당이었다. 45천 명의 작은 영웅 중에는 휠 체어를 탄 사람, 의족을 한 사람, 그리고 고령의 노인도 있었다.  작은 영웅들은 26.2 mile, 42.195 km의 뉴욕의 5 개 보로를 인간 물결이 되어 굽이굽이 흐르는 것이다. 스테튼 아일랜드의 Verrazano Narrows Bridge에서 출발하여 브르클린, 퀸즈, 브롱스, 맨하탄을 각자는 한 방울의 물방울이 되어 흐르는 것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허드슨 강처럼 평화의 물결, 사랑의 물결이 되어 뉴욕시를 누비는 것이다.

 

뉴욕의 가을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맨하탄 최남단 배터리 팍에서 스테튼 아일랜드로 가는 패리를 타고 바라본 맨하탄의 빌딩 숲은 거대했고 허드슨 강물은 잔잔하게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났다. 배에 탄 사람들은 거의 오늘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얼굴에는 자신감과 오늘 마라톤 축제의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나 타 도시에서 온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들이 인상적이었다. 뉴욕은 분명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뭔가를 끝없이 제공하는 도시이다. 뉴욕은 세계를 선도하는 힘과 카리스마가 있고, 맛과 멋, 그리고 정열과 로망이 있는 도시이다.

 2010-11-07 12.32.50.jpg

45천 명의 힘과 정열과 사랑, 염원이 한꺼번에 분출하니 낙차 큰 댐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면서 거대한 터빈을 돌리듯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생성되는듯하다. 건강과 사랑과 평화의 전류가 되어 인도에서 응원을 보내는 삼백만 명과 TV를 통해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전시키는 것이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허드슨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물결도 햇살에 쪼개져서 은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였다. 내 허벅지를 휘감은 태극기도 선명하게 빛났다.

뛰는 것은 뒷전이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과 인파로 초반엔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다리를 넘어가는 첫 2 마일은 경사가 심했지만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축제의 기분으로 뛰니 호흡도 편하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다리를 건너 브르클린에 도착하니 길거리에 응원 나온 사람들의 함성이 고막을 울린다. 그들이 우리를 구경하는 것인지, 우리가 그들을 구경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사람들을 서로 바라보며 그저 소리지르며, 좋아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끽하는 것이다.

손을 내밀어 하이 파이브를 청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외면할 수가 없어 일일이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뛰느라 제대로 달리는 속도가 나오질 않는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고운 손에는 일일이 답례를 해주었다. 수많은 고사리 손의 감촉은 오랜 세월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밴드와 고적대, 그리고 소방대 소속의 백 파이프 연주단, 때론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뛰었다. 그러다 어떤 아주머니의 Free Hug 피켓을 보고 달려가 허그도 한 번하고, We just got married 싸인을 등에 붙이고 면사포에 짧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손을 잡고 뛰는 신혼 부부에게는 축하의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내 허벅지의 태극기를 알아보고 코리아를 연호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가끔은 나를 보고 ~한 민 국 구호를 내게 메아리로 날려보내 주었다.

 

브루클린에서 퀸즈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우규, 이규대씨를 만나서 기념촬영도 하였다. 퀸즈에서 맨하탄으로 넘어가는 약 16 마일 지점의 퀸즈 보로 브릿지가 고비였다. 그때쯤이면 몸의 기운이 고갈되어 오직 인내력으로만 뛰어야 한다. 그래도 다리를 넘어가는 경사길은 즐기면서 천천히 뛰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그 뒤 맨하탄의 First Ave를 타고 브롱스쪽으로 가는 길에서는 축제 분위기에 젖어서 뛸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는데 힘이 빠져서 귓전에서 울림으로만 남고 같이 호응할 수가 없었다. 난생 처음 보는 인파가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갈채를 보내준다. 마라톤에는 일등도 없고 꼴찌도 없다. 오직 완주자만 있을 뿐이다. 기권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고. 감동 받은 사람들은 이렇게 갈채를 보내주는 것이다.

 2010 뉴욕마라톤 125.jpg

브롱스 구간은 짧았지만 중국 민속 타악기 연주단의 연주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다시 맨하탄의 할렘을 통과할 때는 많은 흑인 예술단의 공연이 마지막 힘을 돋구어주었다. 랩 가수의 공연, 아프리카 전통 예술단, 그리고 쓰레기 통을 엎어놓고도 훌륭한 연주를 하는 사람들까지……

센츄럴 팍 안으로 들어서는 곳, 90 가와 5 Ave가 만나는 곳에 한인 응원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도 몇 년 전에 저 자리에서 저렇게 응원을 하면서 영감을 얻어 마라톤을 시작했다.

떨어지는 공원의 낙엽을 밟으며 뉴욕의 깊은 가을을 뒤덮은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결승점에 들어설 때는 어디서 왔는지 기원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온몸에 흐르면서 달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마라톤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미 인생을 바꿀 만큼 좋은 일이다. 마라톤은 생동감 있고 활력 있는 몸과 마음의 완벽한 시스템의 결합체다. 불합리와 부조리가 없는 따뜻한 움직임이다. 마라톤은 보이지 않는 족쇄가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 ?
    지현정 2010.11.12 10:41
    작고 따뜻한 고사리 손의 그 감촉을,,,,,,
    정말이지 못잊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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