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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최고의 레이싱은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 

오월 중순의 조용한 호숫가.

가족단위로 나와서 낚시도 하고, 바베큐도 하는 작은 호수에 갈비냄새가 진동을 했다.

먼저 온 선발대가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굽고 있었다. 온몸의 에너지와 지방을 마라톤으로 연소시키고

먹는 갈비 맛은 역시 최고였다. 거기에 센스 있게 콜라 밑에 깔아 온 맥주 맛
!

맥주의 약한 알코올이기가 온갖 불순물이 정제된 혈관을 타고 돌면서 전해오는 짜릿한 전율!

무엇보다도 좋은 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진 좋은 만남, 아름다운 관계.

건강에 운동보다도 더 좋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좋은 사람과의 끈끈한 관계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마라톤 후의 바베큐 파티는 아주 즐겁고 값진 일이었다
.

다시 한번 운영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 대회가 열리는 펜실베니아주의 포코너 지역은 뉴욕의 캣스킬 지열과 함께 동부 지역의 두 개의

허파다. 잘 보존된 울창한 숲으로 뉴욕일원의 공기를 맑게 정화해주는 곳이다. 또한 뉴욕 시민들의 주

말 휴식처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스키장이 많이 있고, 여름에는 레프팅 낚시 등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

.
약 천여 명이 출전한 대회에 우리 KRRC 회원 60여 명과 또 다른 한국 팀이 두 팀 정도 더 보였다.

60
여 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달리고, 좋은 성적을 내니 미국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떤 이는 유니폼이 멋있다고 하나 얻을 수 없나 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1 마일을 통과하면서 시계를 보았더니 딱 8 분 정도 걸렸다. 처음에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으려고

2 마일까지는 마일당 9 분 정도를 계획했었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늦추려고 했다. 그러나 2 마일

을 통과했을 때도 8 분 밖에 안 걸렸다.
비록 내리막이 많은 코스라고 하지만 체력안배가 중요하다. 3

마일, 4 마일부터는 아예 8 분 미만이었다. 이렇게 23, 마일 24 마일까지 이 우규씨와 앞서거니 뒤서거

니 달렸다.
나보다도 10 년이 연배 이신대 얼마나 잘 달리시는지 나는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 


오월 중순의 제법 자란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힘차게 달리는 사람들

의 진지한 표정이 아름다웠고, 그들의 운동으로 잘 다져진 몸매가 아름다웠다.
그들의 이마에서 맺혀

땡그르 굴러 떨어지면서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마주쳐 내는 광채는 백합꽃잎에 맺혀 아침햇

살에 빛나는 아침이슬보다도 영롱했다
.

휘파람새와 쪼로롱새 소리는 행진곡이 되어 귓가에 울렸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는 짝짝이

소리보다도 우렁찼다. 연도에 늘어서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박수소리는 내 심장의 박동소리에 좋은
 
배경음악이 되었다.
 


사람들은 마라톤을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싸움이라는 말의 어감 자체가 싫다. 그리

고 싸움은 상대방이 무너지거나 자신이 무릎을 끊어야 끝나는 처절함이 있다. 그러니 그건 정말 아니

. 나는 마라톤은
자기의 탐구라고 하고 싶다. 마라톤을 하면서 내 안에 있는 새로운 나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내 안에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내가 들어있다니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가 얼마나 더 멀리, 더 오래, 더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른다.

탐구라 함은 깨달음으로바꾸어 쓸 수가 있다. 달리면서 나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삶에 대하여 새로

운 깨달음을 얻는다.
 

내심 오늘 대회에서 보스톤 마라톤 출전자격을 얻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하였지만 굳이 이번 대회에

그렇게 되리라고는 나 자신도 반신반의하였다. 다만 목표를 약간 무리하다 싶은 정도로 잡는 것은 좋

은 연주를 위해서 기타 줄을 팽팽히 조이듯이 나 스스로를 팽팽히 조이는 것 뿐이다  

아무리 좋은 연주자가 좋은 기타를 가지고 연주를 하더라도 줄리 느슨하면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하면 되고, 기타 줄을 너무 조이면 줄이 아예 끊어져 버리니 무리를 할 생각하

나도 없었다.
23 마일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기록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러나 그 때부터 골인지점까

지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는지 모르겠다.

걷지만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무뎌진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마지막 운동장 트랙이 얼마는 길고

멀었는지!

그래도 목표를 달성하고 얻는 작은 기쁨이 커다란 만족으로 가슴에 넘친다. 

50이 넘어 시작한 나의 마라톤은 아직 생애 최고의 레이싱을 펼치지 않았고, 나의 인생의 최고의 날도
 
아직 밝아오지 않았다.

마라톤으로 새로운 가슴을 얻은 나는 소년처럼 더 밝은 미래를 꿈꾼다. 


이 사이에 낀, 오늘 먹은 갈비살이 무척 사랑스럽다.
  • ?
    Jeff Yi 2010.05.19 10:30
    Thank you so much for your witty reflection of Pocono Marathon.
    It made me smile as I was reading it.
    Yes I agree with you 100 %. We are all blessed to be part of KRRC and be able to enjoy marathon.
    Also thank you for posting pictures on our website.
    I can't wait for our fall marathon in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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