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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완주 후기] 에반이의 선물, 희망의 빛줄기
2013/12/02 18:05
 

 

 

안녕하세요 에반이 엄마입니다.

필라델피아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지난 한달간 네이버 훈련일지 연재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먼저 많이 격려해주시고 염려해주신 분들을 위해 저 무사히 완주했음을 보고드립니다. ^_^ 저는 힘들었던 마라톤을 마치고 다시 조용히 일상에서 에반이 친구 생일 잔치에 따라다니고 녀석과 가까운 놀이터에 가는 여느 평범한 엄마로  돌아와 있어요. 

 지난 11 17일에 있었던 필라델피아 마라톤은 제 생애의 두번째 풀 마라톤이었습니다.  평생 운동이라곤 호흡운동만을 했던 제가 이렇게 다시 한번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마라톤 일주일 전에는 많이 쉬어야한다고들 하는데요.  저는 이번에 많이 쉬어야 하는 그 주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마라톤 바로 한 주 전에 한국에서 열렸던 첫 국제 자폐 옹호 컨퍼런스에 관련한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다녀왔기 때문이예요.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단체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세계 최대 자폐 관련 옹호 연구 기관인 아티즘 스픽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컨퍼런스에 작지만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에 한국에 나가게 되었는데요.  에반이와 같은 자폐성 장애인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구나하는 것을 직접 보아서, 컨퍼런스를 마치고 뉴욕으로 다시 날라오자마자 그 다음날 뛰어야했던 마라톤이었지만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하늘하늘 처녀적 제 주 특기는 아무도 안 우는 영화보고 울기, 남들 상받을 때 제가 받는것처럼 같이 감동의 눈물 흘리기였습니다. 제가 눈물이 좀 많거든요. 그런데 엄마로 살다보니 강해져야 해서일까요 눈물을 통해 제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는데, 이번 마라톤으로 제가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었던 것은 저를 행복하게 울게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마라톤 훈련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것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바로 다른 엄마들입니다. 7살인 에반이는 아직도 손이 많이 가는 나이인지라 에반이를 보고 있다보면 지쳐서  마냥 자고 싶지만 입술 한번 꼭 물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계속해서 훈련을 해왔던 저를 같이 지켜봐주시고 계신 한국의 우리 엄마님들께서 이번 한국 방문시 만났을 때 제 마라톤 완주를 위해 따뜻하게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집에 와서 그들이 저에게 남겨준 글을 하나하나 읽는데 꾹꾹 마음 한 구석에 눌러두었던 눈물이 갑자기 흐르는 걸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행복하지만 바쁜 일정을 마치고 뉴욕에 16일날 와서 그 다음 새벽 3시에 필라델피아로 향했습니다. 그 전 주에 잠을 많이 못자 몸이 무거웠지만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 주의 피로 때문인지 30킬로가 넘어서면서 다리에 쥐가 나 그 부분을 꾹 묶고 절뚝거리며 걸어야했습니다. 결승점에 들어와 아픈 다리를 끌고 들어오는데요.  멀리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제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들며 에반이와 다가오는 남편군이 보이더군요.  매일같은 마라톤 훈련을 할 때마다 아무말 없이 에반이를 보아주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남편군은 그날도 그렇게 오랫동안 결승전에서 에반이와 함께 다리를 절며 들어오는 저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었어요.  닭살 부부가 아니라서 집에 오는 길 내내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그냥 마음으로 고마워 먹먹해하고 있는데 이후 저녁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달리기 클럽에 계시는 선배님이 커다란 꽃다발을 준비하여 나타나 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다른 저녁 약속이 있는데도 굳이 저를 격려해주기 위해 오신 선배님. 그 선배님의 따뜻함이 결정타가 되어 먹먹하게만 마음에 갇혀 있던 눈물이 다시 올라와 눈가를 적시고 말았습니다.

에반이의 엄마로 살면서 특히 장애아의 엄마로 살면서 배운 한 가지..– 그 누구하나 장애아의 엄마로 살기를 처음부터 바라는 엄마는 없겠죠. –  가장 중요한 것은 자폐라는 장애가 주는 힘듦을 희망으로 계속해서 이겨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주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를 할 때 더욱 커지고 의미가 있다는  것 또한 배우고 있구요.

에반이의 장애를 처음 알았을 때는 너무 외로웠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장애아의 엄마로 산다는 것이 참 막막하여 숨조차 쉬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마라톤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같이 호흡하고 격려해주며 훈련을 하면서 에반이의 장애를 편하게 나누다보니 한없이 힘들기만 하던 제 마음이 한결 여유가 있어지고 에반이를 그대로 따뜻하게 보아주는 그들을 통해 저는 희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마라톤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힘든 마라톤을 준비하고 달리면서 또 얼마나 감사할 일이 더 있을까요. 또 얼마나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하고 희망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요. 벌써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옵니다. 에반이의 장애가 준 선물은 참 많지만 제일 큰 선물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의 빛줄기를 찾게  해준 것. 그리고 그 희망의 빛줄기를  마라톤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해 준 것. 그래서 저는 이제 에반이의 엄마로, 장애아의 엄마로 사는 것이 외롭지 않습니다. 항상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1월 에반엄마의 필라델피아 마라톤 준비에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에반엄마는 11월 두번째 풀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하셨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에반이를 비롯한 많은 자폐성장애인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박차를 가해 달려나갈 에반엄마를 끝까지 응원해 주세요.

 

  • profile
    유인걸 2013.12.03 13:36
    한 가정을 들여다보는 모자간의 이야기...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 입니다.
    앞으로도 끈임없이 닥치는 어려움에 용기 잃지 마시고 굳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26마일을 완주하셨는데 두려워 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힘내세요.
  • ?
    변성희 2013.12.04 11:07
    감사합니다! 마라톤을 훈련하면서 자폐아 키우는 거랑 비슷하다는 생각 많이 하곤 했어요. 힘들어도 하게 되어서 감사하게 되는 것이 말이예요. 언제나 따뜻한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많은 조언/코치 부탁드립니다 ^_^
  • ?
    정준영 2013.12.03 13:46
    위 사진 등장인물들이 모두 너무 예뻐요.. 천진하고 예쁘게 잘 생긴 에반이, 한국 자폐모임에서 같이하시고, 응원 메세지 주시는 분, 같이 페이스 메이커로 달려주시는 최승룡님, 축하 꽃다발 전해주시는 김예왕님, 그리고 안보이지만 같이하시는 분들 , 무엇보다 에반이엄마, 아빠, 모두 너무 예쁘?십니다.
  • ?
    변성희 2013.12.04 11:09
    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어린 애 있는 엄마가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게 된 게 다 좋으신 클럽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준영 코치님도 언제나 여기 웹사이트와 페북에서 정신적 서포트를 해 주시는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_^
  • ?
    이재홍 2013.12.03 19:37
    행복을 만들어 주고받는 가족.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 신청해 들려드리고 싶네요 ㅎ
  • ?
    변성희 2013.12.04 11:10
    지금 유투브가서 노래 들어보고 있어요. ㅋㅋ
  • ?
    김한송 2013.12.03 21:50

    응원합니다 에반이 넘 잘생겼내요 엄마도 예쁘시고요 효리가 왠 여기에 했어요   ㅎㅎ ...
    행복한가정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항상 응원하고 기원드립니다

  • ?
    변성희 2013.12.04 11:11
    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하게 느끼는 에반 맘입니다. 에반이가 다르기에 더욱더 평범함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는 거 같아요. 한번도 못 뵌 거 같은데...송년파티 오시나요? ^_^
  • ?
    변성희 2013.12.04 11:12
    에이미 선배님 이렇게 일일이 제 글 캡쳐해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 바이러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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