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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기 가을바람이 되어 필라델피아 마라톤을 달리다.

 2010 필라마라톤 029.jpg

가을바람은 철새를 날게 하여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가을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마른 잎을 대지로 돌려보내 차가운 흙을 포근하게 덮어주고, 바람 스스로는 형태도 없이 자유로이 대지를 떠돌아다닌다.

오늘 나는 가을바람이 되어 필라델피아를 한없이 자유로운 가슴을 안고 달린다.

 

아파트 숲이 우거진 필라델피아의 다운 타운에 차를 파킹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것도 25천 명의 외지인이 와서 마라톤 대회를 하는 날은 더욱 그렇다. 한참을 빙빙 돌다 결국은 No Parking Anytime 사인을 보고도 그냥 주차를 했다.

유명한 대학들이 많은 교육의 도시이고, 박물관, 필라델피아 교향악단이 유명한 문화의 도시, 독립 전쟁 당시 중심지로서 미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다운 타운과는 달리 조금만 벗어나면 도시가 많이 폐허가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라델피아 외곽으로는 델라웨어 강이 흐르고, 도심 한가운데는 Schuylkill 강이 흐른다. 두 개의 강이 하나의 도시를 적셔주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25천 명의 선수들은 각각 한줄기의 가을바람이 되어 전반은 다운 타운을 휘감아 돌고, 후반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을 딸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멋진 코스이다.

출발점과 골인지점이 있는 페어마운트 팍은 뉴욕의 센츄럴 팍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크고 아름다운 도심 속의 공원이다.  

 2010 필라마라톤 028.jpg

뉴욕에서 우리 뉴욕 마라톤 클럽 회원 22 명이 갔는데 너무 사람이 많고 복잡하여 한곳에 모여 기념사진 촬영도 못하였다. 병우씨를 출발지점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같이 출발하였다. 거리 양 옆에 만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출발부터 몸과 마음이 가을바람처럼 가볍다. 식이요법도 잘한 것 같다. 2010 년이 나의 풀코스 원년이고, 올 봄에 세운 세 번째 마라톤에서 3 시간 35 분 기록이 6 번째 마라톤까지 깨지 못해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기록을 깨고 싶은 욕심이었다. 그래서 29 을 계속 머리 속으로 반복해서 주문을 외웠다. 3 시간 30 분을 깨고 내년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Art Museum 앞에서 출발하여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를 따라서 달리다 고풍스런 아파트 거리인 Arch 스트릿을 지나 호텔과 큰 상용 건물이 즐비한 Race 스트릿을 지나 델라웨어 강변으로 뛰는 콜럼버스 블로바드에 접어들어 박현수씨를 만났는데 전반에 속도를 조절한다고 먼저 가라고 한다. 그러나 어차피 초반 5 마일까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3 마일쯤 뛰다 보니 권이주씨가 앞에 보인다.  권이주씨만 잘 따라붙으면 오늘 내 기록은 자동으로 경신이 되겠다 싶어 바짝 따라붙어 한참을 달리는데 전혀 내가 옆에 있는지 인식을 못하시고 계속 뛰신다. 한참 옆에서 뛰다 보니 오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신 것 같다. 그 동안 계속 매주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시고, 쉬지 않고 훈련을 하신 것이 회복이 안되신 것 같아 내가 앞으로 나갔다. 5 마일 지점에는 독립기념관이 있고, 자유의 종이 있는 6 가와 Chestnut 스트릿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근처에는 유명한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뛰기 바로 전에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날씨가 쌀쌀하고 물을 많이 마셨더니 또 소변이 급하다. 뛰다가 화장실에 가변 최소 몇 분은 손해를 보는데 어쩔 수가 없다. 화장실을 가고도 기록을 단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아 처음 5 마일 기록이 저조하다. 오늘도 기록 단축과는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겠다.

Chestnut 스트릿을 지나 34 가로 꺾어 Penn 유니버시티 앞을 지나 8 마일에서 9 마일 사이 동물원 앞이 조금 심한 언덕길이었으나 아직 경기 초반이라 큰 지장이 없었다.

그 언덕을 넘어서니 다시 공원으로 들어서면서 바람에 낙엽이 꽃종이처럼 휘날리며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하였다. 낙엽이 떨어지는 그 길을 달릴 때 나는 낙엽이 떨어지면서 내게 가을의 충만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낭만의 입김을 내게 불어넣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13 마일쯤 되어서 미술 박물관 앞에 늘어선 엄청난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후반 코스롤 접어들었다.

 2010 필라마라톤 032.jpg

후반 한적한 강변도로를 달리는 길은 낭만적이었다. 강 위에 경기용 카누가 몇 대 떠있고 물오리와 물새들이 한가로이 노는 것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자연 생태계에도 터전을 남겨주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무차별한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에게도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물새소리에 리듬을 맞추어 강변도로를 한줄기 가을바람이 되어 물 흐르듯 달리는 기분은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게 한다.

14 마일을 지나면서 바위를 뚫은 터널이 있는데 사람들이 지나면서 환호를 지르면 메아리가 멋지게 되돌아온다.

16 마일 지점에서는 선두 주자가 벌써 후반 반환점을 돌아 지나간다. 나와 약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듯 하다.

17 마일, 18 마일을 지나면서는 에너지도 고갈되고 생각과 영혼마저도 텅 비어 그저 끝없이 아무 것도 아닌 바람처럼 강변을 타고 달렸다.

오늘 기록은 3 시간 38 분으로 마감을 하였다.

 2010 필라마라톤 039.jpg

마라톤 풀코스를 뛰면 고통을 참는 인내와 참을성, 그리고 끈기가 생긴다. 항상 무리하지 않는 경영능력이 생기고 너그러움이 생긴다. 부지런함이나 성실성은 물론 날씨나 코스 등 외부 환경에 순응하는 순응심도 생긴다. 동료들과 조화와 화합을 잘하며, 노하거나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모든 주자에 방해나 불편을 끼치지 않는 질서, 코스를 잘라먹지 않는 도덕심까지 필요하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세상을 향한 사랑과 평화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새로운 기록을 향한 도전정신, 창의력, 용기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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