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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많이 한다고 마음대로 먹어도 될까?

Associated Press
1978년 데이브 맥길리브레이가 펜웨이파크를 종점으로 전국마라톤을 완주하는 모습.

하루 10마일(약 16 km)씩 달리는 데이브 맥길리브레이(59)는 심장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걸 마음껏 먹어도 될 줄 알았다. “그렇게 뛰는데 당연히 칼로리가 모두 소비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6개월전 그는 관상동맥질환을 진단받았다. 마라톤 130회, 철인 3종경기 수차례를 완주한 그였다. 갑자기 맥길리브레이는 지구력 운동에 관한 자서전에 초컬릿칩 쿠키 만드는 법을 넣은 게 후회됐다.

“솔직히 창피하단 생각부터 들었다.”

보스턴 마라톤 경주 감독인 맥길리브레이는 안일하기 그지없는 마라토너들의 식단에 경종을 울리는 대표적인 예다. 워낙 매일같이 장거리를 달리다보니 체중이 적게 나가고 혈압과 심박수,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낮아 식단에 신경쓰지 않아도 심장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기 마련이다.

하트포드병원 심장학과장이자 베테랑 마라토너인 폴 톰슨은 “확실히 마라토너들 사이엔 ‘까짓거, 뛰어서 소비해버리지 뭐’라는 태도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의학저널 ‘미주리 메디슨’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5년간 1년에 최소 1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남성 50명이 운동하지 않는 대조군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더 높았다. ‘브리티시 매디컬’ 저널 연구는 보스턴 마라톤 출전자격을 획득한 42명과 운동량이 훨씬 적은 그들 배우자의 경동맥을 비교하면서 “마라토너들의 동맥경화 위험특성(risk profile)이 유리하게 나올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가설이 틀렸음이 밝혀졌다.

몇몇 연구는 심장질환이 극도의 지구력 훈련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발생한다고 시사한다. 이에 따라 심장병학자들은 어느 선을 넘으면 운동이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발생시킨다는 이론을 세웠다.

베일러대 심장병학자 피터 맥컬로는 “이런 연구는 마라토너들에게서 관상동맥질환, 심근 섬유종, 심인성급사(심장돌연사)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이들도 많다. 메사추세츠종합병원의 심장전문의 애론 배기쉬는 “맹렬한 운동과 심장질환 간의 상관관계를 지지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배기쉬 역시 마라톤과 3종경기에 정기적으로 출전한다.) 그렇다곤 해도 그는 “환자에게 건강을 강화하기 위해 마라톤이나 3종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Boston Globe/Getty Images
보스턴 10km 마라톤 출전자를 반기는 맥길리브레이.

일부 마라토너들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심장질환이 발생한다는 얘기에 관상동맥을 검사해보고 있다. 1968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이자 ‘러너스 월드’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앰브로즈 벌풋(67)은 키가 180 cm인데 몸무게는 66 kg 밖에 안나간다.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그는 과일과 채소, 견과류로 영향을 보충하는 한편 “쿠키, 치즈와 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도 섭취한다.

“지난 3월 관상동맥 칼슘(CAC) 수치가 높다는 걸 알게 됐다. 데이브 맥길리브레이와 비슷한 상태인 것 같다.”

이런 사람에게 의사가 해주는 조언은 각양각색이다. 철인3종경기 선수이기도 했던 심장전문의 제임스 오키프는 지속적인 지구력 훈련이 심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일주일에 적당한 속도로 달리되 20마일(약 32km) 이상은 달리지 말 것을 권한다.

하지만 톰슨과 배기쉬는 심장질환을 진단받은 지구력 운동선수라 해도 치료만 받으면 마라톤과 3종경기를 안전하게 계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 톰슨은 삶의 질을 기준으로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벌풋 역시 같은 의견이다.

“난 ‘운동으로 수명을 늘릴 순 없을지 몰라도, 삶의 질을 높일 순 있다’는 옛말에 찬성한다.”

그러나 심장전문의들은 칼로리를 많이 소비하는 운동이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 보증수표라는 인식에 반대한다.

하루 몇 시간씩 달리는 사람들은 종종 쿠키와 아이스크림을 상상한다. 맥길리브레이 역시 1978년 해안 간 해안 달리기를 했을 때 아이스크림 가게인 ‘데어리퀸’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곤 했다. “칼로리를 채운다는 의미 뿐 아니라 정신적인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수천 칼로리를 100% 영양식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맥길리브레이는 지난 10월 관상동맥질환 진단을 받고 식단을 완전히 바꾼 뒤 체중이 70kg에서 58kg로 12kg나 감소했다.

그는 운동량을 줄이는 대신 늘렸다. 4월 21일 열리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넘은 후 경주 감독인 자신이 코스를 달리는 전통도 이어갈 계획이다. 올 8월 60세가 되는 기념으로 철인 3종경기에도 다시 나갈 생각이다.

맥길리브레이는 주치의인 배기쉬에게서 그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배기쉬는 “난 환자들에게 ‘그러라’고도 ‘그러지말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위험과 혜택이 있는지 터놓고 얘기한 다음 환자 개개인에 따른 적정선을 찾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브 맥길리브레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는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점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철인 3종경기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일각에선 심장질환 진단을 받고도 지구력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운동 중독’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벌풋은 “내가 운동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달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은 항상 있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죽는다면 그건 달리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기가 내 삶에 미친 혜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생을 마감시킬 수 있는 질병도 달리기가 아니었다면 더 빨리 발병했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 profile
    유인걸 2014.03.29 15:11
    흠...
    정말 공감이 가는 정보입니다.
    정보 고맙습니다.
  • ?
    정준영 2014.03.29 15:17
    약간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좋은 정보입니다..
    자신에 가장 합당한 것은 자신만이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과욕을 삼가고, 주제파악을 잘 하고 , 그리고 열심히 노력함이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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