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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4일 아침 9시...


오늘이 바로 나의 2세, 18개월 은혜를 유모차에 태우고 4마일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는 날이다.

여기는 맨하탄 센트럴 파크, 날씨는 좋고 많은 사람들이 옆에 서서 출발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거의 맨 마지막 부분에 서 있다. 은혜와 유모차와 함께......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나도 그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자전거를 타고 응원하는 사랑하는 아내가 보인다. 서로 바라보며 씨~~익 웃어준다.

무엇을 더 바랄까? 이 보다 무엇이 더 이 삶에 있을 수 있을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런 시간이 왔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출발전 - 

드디어 오랬동안 꿈 꾸었던 나의 달리기 꿈이 이제 곧 이루어진다. 내 아이 태우고 유모차 밀면서 대회 참석하는 꿈.

레이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내 딸 은혜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자꾸 유모차에서 내려와  엄마에게 가려고만 한다..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리고 은혜는 기어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나는 오로지 내 꿈과 내 감정만을 생각했는데.... 은혜가 힘들어 할 줄은 몰랐다. 

은혜를 안고 어르고 달래면서 어서 출발 종이 울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출발 종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그것 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옆의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를 걸어온다. "이것 위반이라고, 유모차랑 같이 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헐~~~~이다 완전 헐~~~이다. 충격이 크고 정신이 분산됨을 느낀다.

'앞으로는 이렇게 못 달린다는 말인가? '그럼 TV에서 보고 유튜브에서 봤던 것은 다 뭐란 말인가? 

그토록 많이 유모차 태우는 걸 봤는데...' 생각만 들 뿐이다.

아무튼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우리도 이제 천천히 유모차를 밀면서 뛰기 시작한다.

'지금은 어쩔수 없다.  그냥 앞으로 달려야 한다. 그래,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달리자.'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자꾸, 또 거듭 말을 걸어온다. “이것 불법이라고… 이것 안된다고… 누가 HARD TIME 안 주냐고?"

나의 대답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몰랐다고 진짜 몰랐다고…. 아직은 아무도 HARD TIME은 안 준다고…”

아마 여기 센트럴 파크에서 내 딸의 유모차 레이스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오늘을 즐겨야겠다. 그냥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 내 딸과 함께......


1마일 - 

예전에는 4마일은 껌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그냥 나 자신이 무겁다. 이 길이 무겁고 너무 멀다. 잘 달릴 때가 그립다.

어제 토요일에 6마일을 달려서인지 다리가 무겁고 허리도 뻐끈하다. ‘좀 더 달리면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앞 자리에 서 있는 내 딸 은혜를 보니 왠지 모를 힘이 불끈 불끈 솟아 오른다. 그리고 생각하며 감사한다. 

'그래, 은혜야. 앞으로는 항상 같이 달리자. 함께 달리자꾸나.  너가 있어 엄마 아빠는 고맙고 너가 있어 엄마 아빠는 항상 행복하단다.'


2마일 - 

처음에 함께 서 있던 은혜도 점점 힘이 드는지, 아님 잠이 들려고 하는지 고개가 점점 숙여진다. 

옆에 자전거를 타고 함께 가고 있던 와이프가 소리친다. "은혜 위험하다고, 앞으로 옮겨서 앉혀야 한다고......." 

와이프와 함께 은혜를 바로  앞 자리 의자에 앉히고 나는 안도의 한 숨을 쉬며 생각한다.

'나는 이제 속 편안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은혜는 고이 잠이 들었고 옆에 와이프는 자전거 타고 함께 따라오고... 힘이 나고 기분도 좋다.

하~~~~,그래도 어쩌란 말인가? 힘은 계속 드는데…  하나로 생각을 모아야겠다. 나아지겠지 나아질거야 나야져야 한다.'


3마일 - 

점점 한결 나아짐을 느낀다. 몸도 점점 가벼워져 오고 있고 무거운 다리와 뻐근한 다리가 한결 풀리고 있다.

예전에 혼자서도 오르기 힘든 오르막 길도 이상하게 오늘은 조금은 더 쉽게 올라간다.

‘이게 아빠의 힘인가 보다. 이게 가족의 힘인가 보다’ 기분 좋다. 최고의 순간이다.

옆에서는 와이프가 계속 화이팅을 외쳐주고 있다. 그냥 고맙다.

그리고 미리 레이스를 마치고 걸어오는 우리 KRRC 회원님들도 한 분씩, 두 분씩 보이기 시작한다.

화이팅을 외쳐 주신다. 또한 그냥 고맙다.


4마일 - 

이제 저기 앞에 골인 지점이 보인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유모차를 봤는지 환호성을 외쳐준다.

하~~~, 부담스럽다. 왠 호들갑인지 싶다. 그냥 살짝 들어가고 싶은데 말이다. 마이크 소리와 노래 소리, 그리고 사람들 환호 소리가 섞여서 들려온다.

은혜를 깨우고 골인 지점 앞에서는 걷고 뛰게 했다. 원래 그렇게 하고 싶었다. 골인 지점에서는 혼자 스스로 골인하게 하고 싶었다. 그게 인생이니까...... 

자다가 일어난 은혜는 잠결이라 놀라고 사람들 환호 소리에 놀라서 어리둥절 하고 있다. '1살 반 아이가 뭘 알까? 상상이나 했을까?'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가 은혜는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나는 은혜를 안고 함께 골인 지점에 들어온다. 하하하, 내 딸아, 우리가 해냈다. 그것 뿐이다.

드디어 우리 가족의 첫 레이스를 마쳤다. 그리고 내 꿈 또한 이렇게 이루어졌다. 은혜는 눈만 멀뚱멀뚱 이 아빠를 바라보고 있다.

저기 멀리서 와이프가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바로 다 함께 얼싸 안는다. 언제나 함께 하자꾸나 내 딸아, 내 와이프여.


후기 -

내 딸과 함께 레이스를 참석해 보는 것이 꿈이었고. 2018년 2월 4일이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감동을 남기고 싶어 이렇게 독백 형식으로 글을 한 줄 적어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누가 보면 무슨 해프나 풀 마라톤 뛴 것 처럼 올렸다 하겠지만, 이 레이스가 우리 가족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ㅎㅎㅎ

또 언젠가는 HALF AND FULL 또한 이루고, 다시 이렇게 글을 남기도록 목표하겠습니다.


졸필이지만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은총과 사랑 가득한 날들만 항상 가득하세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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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구기철 2018.02.06 17:24
    정말 감동적이네요
    가슴이 찡----하네요
    좋은 추억 만드셨네요
    나중에는 같이 달리는 추억도 만드세요. 화이팅,힘!
  • ?
    은혜아빠 2018.02.07 11:24
    ㅎㅎㅎ... 감사합니다 기철님.
    저도 같이 달리는 날들을 손 꼽아 기대합니다..^^
    멋진 날들만 가득하세요..
  • ?
    라인숙 2018.02.07 11:44
    어린 딸 은혜와의 레이스를 꿈꾸며 그 꿈을 이루신 은혜아빠의 대회 참가기를 잘 읽었습니다.
    얼마나 기쁘셨는지도 공감하고요.
    저도 제 딸 별이와의 뉴욕마라톤을 완주하려고 꿈꾸었고,드디어 2017년 뉴욕마라톤을 함께 마치고 기뻐했던 엄마 가운데 하나였으니까요.
    훗날 은혜가 자라면서 이런 아빠의 깊은 사랑에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 계획하신 일들 이루어 나가시길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 ?
    은혜아빠 2018.02.09 13:38
    하하하.. 감사합니다
    요즈음 제가 인숙님을 페이스 런닝 메이트로서 많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며..^^)" 마음 전합니다..
    그럼 길 위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한승화 2018.02.08 22:07
    좋고 뿌뜨~한 느낌!!!!
    가족이 함께 할수있다는게...
    얼마나 좋은것인지...

    하루 하루 달라지는 은혜와 함께
    달리며 마냥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길,..
    은혜 아빠는 멋 쟁이~~
  • ?
    은혜아빠 2018.02.09 13:39
    감사합니다..
    한 층 더 성숙하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이가 되겠습니다
    한 코치님도 멋 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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