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은행에 목돈을 저금하는 일
롤러코스트 같은 허드슨 강변 길을 처음으로 17 마일을 달리는 것은 우리에게는 한계와 또 다른 목마름을 안겨주었다. 17 마일은 처음으로 달리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한계를 넘어가는 고갯길이요, 그 고개 위에는 또 다름 목표가 또 다른 목마름으로 다가온다. 이제 풀 코스 마라톤이 우리의 목마름으로, 갈증으로 남아있다.
롤러코스트의 클라이맥스는 경찰서까지 1 마일을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길, 우리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헉헉거리며 오르고 또 올랐다.
드디어 경찰서가 있는 그 기나긴 언덕길을 올라섰을 때의 기필코 해내고야 말은 사람들의 성취감에 도취된 얼굴, 우리 모두의 얼굴은 새벽녘에 자체 발광하는 반딧불처럼 달구어졌다.
같이 숨소리를 내며 옆에서 뛰는 이 사람들이, 같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침대 옆에 누워있는 안사람만큼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뛰면서 아마 난 새로운 나를 만나러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나에 만족하지 않으니 더 빨리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새로운 나와 손잡고, 새로운 꿈과 희망이 있는 곳으로 힘차게 달려간다. 어린 시절 아득한 꿈을 찾아내어 닦고, 조이고, 광내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 내는 거다.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어둠이 걷힌 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저 한참 아래로 용커스 선착장이 보인다. 워낙 강과 바다를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안사람과의 데이트코스로 Upper 맨하탄에서 강변을 따라 한참을 드라이브해서 찾아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온 곳이었다. 그러니 달리고 또 달려서 와서 그곳을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니 우리가 뛰어온 길이 짧은 거리가 아님을 금방 계산을 해낼 수가 있었다.
한겨울 새벽 6 시, 허드슨 강변은 아직도 어둠에 잠겨있었다. 다만 강 건너 Hudson River PKWY의 가로등과 Upper 맨하탄의 고층 아파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조지 워싱턴 브릿지에 걸린 조명등에서 크리스마스츄리 같은 불빛을 나누어주어 칠흑의 암흑은 면했다.
오늘은 먼저 방향을 Edge Water 쪽으로 잡았다. 비교적 경사가 덜 심해 몸풀기에는 좋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뛰면서 우리는 마라톤 담화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단 나의 경우 운동을 열심히 하니 술자리를 많이 사양하게 되어 술값 절약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절약하고 늘어나는 것이 어찌 눈에 보이는 것뿐이랴? 좋은 습관이 몸에 베고, 이렇게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며 이야기하고 뛰면서 시들어가는 세포가 살아나고, 영혼이 맑아지는 것을…
언덕을 내려갈 때면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진리를 마라톤을 뛰면서 더욱 실감하는 우리다. “회장님은 저축해 놓은 것이 많아서 좋겠어요, 우리는 내리막 길만 만나면, 버는 돈 없이 카드 팍팍 쓰는 기분이에요.” 그나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곧 있을 오르막 길을 걱정했고, 오르막 길이 안보이면 그 오르막 길이 얼마나 급하고 길까를 걱정해야 했다.
우리들의 고품격 새벽 마라톤에는 개똥철학이 있다. 오늘의 개똥철학 주제는 “마라톤은 은행에 목돈을 저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오늘 아침, 우리에겐 몽마르트르 언덕보다도 더 낭만적인 달리기 코스인 팰리세이드 절벽길을 17 마일 달린 것은 큰 목돈을 저축한 것이다. 그리고 5 마일 첫 완주를 하신 박교신씨는 정기예금 계좌를 개설한 거다. 정기예금은 정기적으로 예금을 안하면 부도가난다. 그러니 꾸준히 달리기를 부탁한다.
오늘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데 앞 질러간
뉴져지 회원들의 기량이 여기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퀸즈를 두고 멀리 가셨군요. 열심히 하시는 모습보니
full marathon에 좋은 성적을 낼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