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조회 수 5930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람 냄새가 나는 마라톤

 

우리들은 이른 새벽에 모여 10 명이 미니밴에 구겨져 올라탔다. 6 명이 정원인 마니밴에 10 명이 꾸겨

 타고 맨하탄으로 향했다. 우리가 이렇게 난민처럼 꾸겨져 한 차에 타고 다니는 이유는 차 안에 풍겨지

는 사람의 향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치러지는 새해 첫 half 마라톤 대회에 4 명이 출전하는데 6 명의 응원단이 같이 탔다. 차 안

에서 피어나는 우리들의 이바구꽃 웃음꽃 향기가 진동한다.

내가 여러가지 스포츠를 즐기지만 마라톤만큼 건강에 좋은 운동은 없다. 그러나 진하게 풍기는 사람의
 
향기는 마라톤보다도 건강에 좋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얻는 행복감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상위에 있어야 한다.

사실 오늘, 동네 마라톤보다 조금 큰 대회에,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닌데 응원단을 대동하고 출전한다는

것은 내 인생의 커다란 호사이자 사치다. 이 한겨울, 따뜻한 인정의 사치를 맘껏 누리니 큰 힘이 난다.
 
! 파워젤이 별거냐?

그간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한풀 꺾인 일요일 새벽 대회 출전을 위해 센츄럴팍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행렬이 분주하다. 우리들은 출발지점에 모여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오늘은 목표를 1 시간 40 분으로 정했다. 상금이나 명예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목표를 정해놓고, 그만큼 열심히 연습하고, 그만큼 실력이 향상되면 커다란 성취감을 얻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그러니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하여 매 대회마다 5 분에서 3~4 분씩 줄여나가

는 재미가 곶감 빼먹는 재미만큼 솔솔하다.

신호가 울리자 염기섭씨 표현대로 전쟁터로 향하는 군마들처럼 수천 명의 출전자들이 힘차게 뛰어나

갔다. 수많은 군마 중에 한 마리의 군마가 되어 ㅂㄹ판을 달리듯이 정신 없이 달려갔다.

1 마일 표지는 왜 그리 안 나오는지! 손목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5 분 남짓 뛰었다. 그러니 1 마일

은 아직도 멀었을 터! 1 마일도 안 뛰고 힘들기 시작하니 이거 어느 세월에 13 마일을 뛰지?

드디어 1 마일 표지를 통과하면서 시계를 보니 8 20 , 오버페이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

었다. 2 마일을 통과할 때는 16 15 , 이거 오버페이스만 아니면 오늘 무슨 일 내겠구나 하는 기대

가 들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계속 유지하면 오늘 목표달성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를 받아서 뛰는 달리기는 육신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

는 더욱 열심히 멋지게 달려 그들에게 건강의 기를 전해주고, 내가 회장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고
 
싶었듯이, 저 사람들로 하여금 내 옆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고 싶은 욕망을 전해주는 거다. 나도 저

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거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렇게 달려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하여주는 거다.

수천 명이 뿜어내는 열기는 그야말로 녹색 에너지가 되어 센츄럴팍의 온도를 올려놓아 주었다. 그들에

게서 배어 나오는 사람의 냄새가 향긋하게 나는 한겨울 주말 아침이다. 사람들의 땀냄새가 허브 향처

럼 그윽하다.

  • ?
    상감마마 2010.01.28 13:22
    크~~~~향기 죽입니다.

  • ?
    manchui 2010.01.28 17:57
    항상 달리기 하시고  이렇게  후기를 재미있게  올려주시니  너무나  흥미 진진합니다.
    아마도  우리 회원님들이  모두  감동 받았으리라  생각 합니다.
    더불어  더욱  분발하시고  부상이  생기지않도록  항상 노력하시옵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읍니다 ~~~~~  !
  • ?
    소리가나 2010.01.28 19:02
    네, 감사합니다.
  • ?
    franky 2010.01.28 19:09
    사람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저는 아무냄새도 안나서~)
    소리가나 형님의 사람냄새 나는 마라톤 후기가 우리 클럽을 더욱 향기롭게 하네요.
    지금부터라도  빡세게 냄새나도록 뛰어 보자구요.
    인생이 즐겁잖아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7 안녕하셨어요~~ ^^ file sian 2009.12.08 5784
1156 당나귀...... 2 상감마마 2009.12.08 5952
1155 강물과 절벽의 사잇길을 달리다. 소리가나 2009.12.13 5751
1154 아버지와 아들의 마라톤 이야기 2 금복주 2009.12.14 5816
1153 會者定離 離者會定 4 절우리 2009.12.14 6091
1152 새행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윈드 2009.12.16 5910
1151 강과 절벽 사잇길로 1 소리가나 2009.12.16 6273
1150 마라톤은 은행에 목돈을 저금하는 일 1 file 소리가나 2009.12.20 6023
1149 크리스마스 대박 마라톤 소리가나 2009.12.26 6461
1148 새 해, 첫 일요일(1/3) 첫 모임. 2 운영자 2009.12.28 5886
1147 존경하는 K.R.R.C. 회원님들 3 mansoo 2009.12.28 5836
1146 동호회 문의(권현수/Stella님의 질문) 1 운영자 2009.12.28 6307
1145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ian 2009.12.30 7454
1144 12/31/09 Emerald Nuts Midnight Run sian 2010.01.04 6023
1143 100년만에 폭설이랍니다. 5 절우리 2010.01.09 5928
1142 몸이 놀랬나요..ㅜ.ㅜ 1 켄켄 2010.01.18 5780
1141 지친 발을 허드슨 강물에 담그다. 2 소리가나 2010.01.19 6541
1140 권이주 회장 100회 도전 일정 1 saturn1218 2010.01.21 6156
» 사람 냄새가 나는 마라톤 4 소리가나 2010.01.28 5930
1138 마음은 풀코스 완주에... 켄켄 2010.01.30 617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1 Next
/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