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같다
아직까지도 얼떨떨한 기분으로 뻐근한 다리때문에 겨우 실감하게 되는 그때의 대단했던 순간
순간이라하기엔 너무나 길고긴 여정이었지만 그 한순간 한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전해듣은 이야기만으로 상상만 했던 뉴욕마라톤의 실체를 몸소 느끼고
그 엄청난 경험을 어찌 설명할지 어찌 담아둘지 벅차기만하다
우선 완벽한 스파르타식 특별훈련 지도해주신 김성유님과
항상 옆에서 지켜주시고 응원주신 울 뉴저지 지부장님, 이덕재님~ 그리고 박재순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레이스 전날 이것저것 챙겨주신 폴김님과 소영언니께도 감사드리고
그리고 길고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100% 책임져주신 한영석님 ^^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감동스런 레이스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이 엄청난 사건아닌 사건! ㅎㅎㅎㅎ
달리기 시작 1년 4개월 3주째,,, 첫번째 포코노 마라톤은 부상으로 실망스런 달리기를 해야했지만 뛰는동안 부상에서 벗어날수 있었던 감사한 마라톤이 되어주었고 두번째 스팀마라톤은 최상의 몸상태와 여건이었음에도 몸사리는 달리기를 감행하고 어디하나 뻐근한 곳 없는 몸에 심각하게 실망하고 자책하게 만든 달리기로 내게 의지와 약간의 욕심,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체찍질이 되어주었던 마라톤이다 세번째로 이번 뉴욕마라톤은 세삼 절실히 깨닫음이 많았던 달리기로 스스로 달려야만 하지만 절대로 절대로 혼자할수 없는 운동이 마라톤이구나 느꼈던,,, 나만의 달리기가 아닌 도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또 느꼈던,, 달리기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원없이 채워준 마라톤이다
세계인의 축제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대단한 뉴욕마라톤에서 기록갱신의 뜻도 이루고
목표한 바를 성취하고 나니 그 기쁨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값지게 다가오고
좋은 출발로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달릴 또다른 다짐을 해본다
숙면에는 아주 탁월한 둔한 몸인지라 썸머타임이 끝나는날 플러스로 1시간 더 실컷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 바리바리 버릴 옷가지들을 껴입고 버릴 이불도 돌돌 말아 들고 출발하니 벌써 모든 분들이 나와계셨고 으샤으샤~ 출발~~~ 3시간 전부터 수만명의 인파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허기를 달래고 곧 들이닥칠 길고 긴 마라톤 여정을 기다리며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맞이하고 사진도 찍고~~ 그때까지도 난 내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 소풍이라도 나온듯 들떠서는 화장실을 5번씩 들락날락 거리고 사람들 발에걸려 넘어지고 그래도 좋다고 커피한잔 얻어먹고~ 베시시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습해오는 두려움앞에 9:40분 Wave1팀 출발~ 우루루 몰려나가는 주자들을 바라보며 급 조급해지고 한영석님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귀찮게도 굴었다 넌 그냥 가만히만 있어 쫌~~~ 그냥 나만 따라와! 말씀하시는 한영석님~~ ㅋㅋ 혹시라도 너 4시간 30분도 넘게 들어가는건 아니지?? 네에 다리가 부셔지는 한이 있어도,,, ㅎㅎㅎㅎ 졸졸졸졸 한영석님을 따라 Wave2 출발장소로 나가고 한홀한홀 벗어던지면서 꽉 들어찬 주자들 사이에 서고 나니 정신은 하나도 없고 하지않던 기도를 하게되고 점점점점 밀려밀려 눈앞에 보이는 스타트라인이 어찌나 무섭던지,,, 잠깐만요 잠깐만요를 외치며 어이없이 스타트라인을 밣고 아차~ 이제 시작이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지만 웃옷을 벗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다보니 다리를 건너고 얼렁뚱땅 3마일이 훌쩍 지난걸 보곤 아싸~ 왠 떡이냐~ ㅎㅎㅎㅎ 브르클린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관중과 울려퍼지는 밴드음악소리에~ 넋을 잃고 그저 발만이 움직이며 한영석님을 놓치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쏟는동안 불치병인 종아리 앞쪽 당김도 사라지고 자 이 증상만 없어지면 뛰는거다 다짐했으니,,, 지금부터 본격적인 마라톤 시작~~~ 중간중간 어때? 괜찮아? 체크해주시고 고개가 뻐근할만큼 계속 뒤돌아 저를 챙겨주신 한영석님 ^^ 최고
그래도 내가 옆에있으니까 든든하지않냐? 물론이죠~ 완전 든든~ 두려울것이 없습니다~ ^^ 원래 시간대보다 빠르게 뛰고 있는것 같았지만 영 몸이 좋다 정신적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고 조금씩 힘이 빠지나 했는데 눈앞에 보여지는 Half 싸인에 정말 어찌나 깜짝 놀랐던지,,, Half 기록이라도 내보자 하셨는데 정말 가뿐히 Half기록을 3분 갱신하고 1:57분에 통과~ 그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저 이러다 나중에 퍼지면 어쪄죠? 벌써부터 그런 생각 하지마! 그렇게 생각하면 못뛴다! 네에~~
점점점,, 역시나 점점 다리가 무거워진다,,, 자! 여기서 파워젤 하나와 소금 캡슐~ 처음 먹어보는 파워젤인지라 혹 안맞으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지만 그땐 이미 초이스가 없었고 한영석님이 준비해오신 후진 $1짜리보다 더 힘이 쎄진다는 $2짜리 파워젤을 꿀떡꿀떡 먹는데~~ 기분인가,,,, 힘이 쏟아난다~~ 어~ 왜이러지? 왜? 아니 저 왜이러져??~~~~ ㅋㅋㅋㅋ 힘이나요,,, ㅎㅎㅎㅎ 좋지않냐?~ 헤헤 너무 좋아요~~~ ㅎㅎㅎㅎ 무슨 마법의 약이라도 챙겨먹은듯~ 온세상이 내것같고~ 몬 기분이 이리 좋은지~ 날아갈것 같고~ 너무나 즐거운 달리기 삼매경에 빠져~
코스가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ㅎㅎㅎㅎ 어느한순간! 자! 여기부턴 오르막길이다 조심해! 하는데 번쩍 눈을 떠보니 퀸즈보로 브릿지,,, 그 마의 고개라는 말로만 듣던 그곳,,, 마음을 가다듬고 그래 여긴 허드슨밸리의 경찰서가는 길이다,,, 생각하며 묵묵히 땅만보고 달렸다 역시나 정말 힘들구나,,, 걷는 사람들이 보이고,, 계속 세뇌하면서 쫌만 더가면 경찰서 쫌만 더가면 경찰서~~~ ^^ 하다보니 그 긴 다리가 끝이나고 다리 하나를 건널때마다 확 줄어드는 거리에 아~ 이거 괜찮네~~ 이제 남은 거리 10마일,,,,
그동안 매일을 연습했는데,,, 주저앉기엔 아깝다,,, 이제 남은 거리 10마일,,, 10마일만 가면 이번 년도 대회도 다 끝인데,,, 딱 10마일만 가면 다리 쭉뻗고 쉬어도 되는데,,, 쳐지기 싫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또 한번 힘주시는 한마디! 우리가 Wave1 뒤꽁지를 잡았어! ㅎㅎㅎㅎ 쫌만 더가서 파워젤 한개 더 먹자~ 으하하하~ 마법의 파워젤~~~ 맛있는 쪼꼬맛을 한개 뜯어먹고~ 이제는 그저 달리는 일만 남았다,,, 자 이제 7마일! 6마일! 5마일! 5마일만 뛰면돼 센트럴팍 한바퀴도 안되잖아~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5마일이야~~~ 으샤으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익은 목소리~ 지부장님과 이덕재님~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급 평온함~ 4시간 안에 들어갈것 같애~ 옆에서 한영석님의 택도없을 말씀에 헉~ 4시간???? 에잇 안되겠지 하면서도 어찌나 기분은 좋던지,,, 가능성이 있단 얘긴가?? 정말 될수도 있는건가? 기분엔 발걸음이 빨라지는것 같았지만 중간기록을 확인하니 빨라진건 마음뿐이었다는걸 알았죠 ^^ ㅎㅎㅎㅎ 그래도 기분좋게 설레이게 해준 한마디에~ 8분30초대로만 가면 4시간이야~~ 기분 업~ ^^ 이것마저도 한영석님의 리드실력이었다는걸,,,, 한마디한마디가 손짓하나 고갯짓하나가 내겐 최고의 힘이 되어주었고 오버페이스 조절~ 잘한다 잘한다~ 칭찬모드는 내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이 되어주었다 최고의 훈련과 최고의 코치~ 최고의 라이드~~~~~~ 또 또 또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벅차게 타오르는 감동,,, 정말이지 자제가 안되요~~~ ^^
센트럴팍을 따라 달리는건 마음의 안정때문인지 다왔다는 안도감으로 즐길수 있었다~ 응원하는 뜨거운 인파속에 주인공이되어~ 손을 흔들고~ 우리의 보금자리 90가를 지나는 동안 잊어먹은 우리 스승님~~~ 아니 어디가셨습니까???? 뒤에도 없고 앞에도 없고,,, 물먹는 사이 사라지셨나?? 남은 2마일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보자! 좀처럼 스피드는 낼수없었지만 모든 고비가 지나고 시계를 보니 이미 목표했던 4시간 15분 기록도 갱신하기에 충분하고 맘편히 들어오는데 800m싸인앞에 주춤,,, 가도가도 끝이없고 한참을 달렸는데 400m 우와 징하다~~ 달리고 달렸는데 300m 정말 미칠것 같다 희미하게 보이는 200m 와~ 이건정말 너무하는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찔 어지럽다 그래도 멈출수는 없었기에 온힘을 다해 달렸는데,,,
피니쉬라인을 보는순간 자칫 잘못했음 넘어질뻔 했던 순간에 골인~~~~~~~~~~~~ 눈을 뜨니 어지럼증도 못도 없다,,, 다른 세상에 들어온것 같이 순식간에 모든것이 고요해지고 불던 바람마저 멈춘듯,,,,,, 주위를 둘러보기에 여념이없다,, 한영석님이 어디갔을까??? 없다... 아직 안들어오셨나? 아 이를 어쩐담,, 완주를 해놓고도 엉뚱하게 난 그저 마치 긴 연습을 한듯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는게 지금생각해보니 의외로 놀랍다,,, 만약에라도 헤어지면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로 향해 사람들과 밀려밀려 아니 빨려들어가듯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황홀하다 근데 눈물이 날것 같다,,, 한영석님을 빨리 만나야할것 같았다,, 어찌나 보고싶던지,, 짐차로 향하는동안 정말 수많은 생각들을 한것 같다,, 보고싶은 사람은 또 왜이리 많은지,, 혼자 실없이 웃으면서 햐~ 나참! 내가 몰한거야?? 아이구 나도 참,,, 점점 움직여지지않는 다리를 푼답시고 바짝바짝 올려 걸으며 모르는 옆사람과 한바탕 웃고 그저 웃으면서도 그게 몬지 서로 알수 있는 무언의 대화~ ㅎㅎㅎㅎ 몇분쯤이 지나 한영석님이 보인다 달려가 얼싸안는데 코끝이 찡하다~ 아아아아앙~~~ 잘했어! 감사합니다~
춥지도 않고 기분은 좋은데 내내 몽롱한 이 이게 참,,, 설명이 어렵습니다,, 아 배고파라~~` 씹지도 않고 꿀떡꿀떡 삼킨 설렁탕이 꿀맛입니다~ 잊을수없는 단맛? 단꿈! 꿈에 그리던 뉴욕마라톤이 이렇게 끝이나는구나 달릴힘이 충분하다면,,, 몇일몇날밤을 달릴수만 있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멈추지않고 계속 달리고픈 뉴욕마라톤,,, 감동적인 뉴욕마라톤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웠고 모든것이 끝난지금,,, 아 또 뛰고싶다,,, 나도모르게 속삭이고 있다 ㅎㅎㅎ
최고의 마라톤임에 손색이 없는 뉴욕마라톤,,,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재밌기만 한걸,,, 이걸 왜 안하십니까? ㅎㅎㅎㅎ
혼자알기 아까운 너무 잼있는 달리기땜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
모든분들 수고하셨고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빠른 회복 바라고 많이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다시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