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조회 수 357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나,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4.03.20 00:12 / 수정 2014.03.20 00:27

이선희 쾰른대병원 정신과 부원장
이화여대 철학과 나와 독일 유학
아니다 싶어 만류 뿌리치고 의대에
철학공부 경험 환자 치료에 도움

이선희 박사는 독일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외국인이라는 배경을 적절히 활용했다. 서양에서 성공한 동양인 여의사인 이 박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픈’ 환자들은 용기를 낸다. [강정현 기자]
“너는 외국인이고 여자고 나이가 많아서 안 돼.”14205109.html?ctg=1200%20%20&cloc=joonga0

 이 말과의 싸움이었다. 철학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건너간 독일에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였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말 대신 온전히 자기 자신에만 집중했다. “나를 만류하는 사람들을 이해는 했어요. 하지만 제 인생이잖아요. 남들이 나만큼 나의 재능을 잘 알 수 없죠.”

 독일 쾰른 대학병원의 정신의학과 부원장으로 있는 이선희(56) 박사 얘기다. 그는 올해 창간 60주년을 맞은 이대학보사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 수상자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그와 지난 17일 만났다.

 그는 이화여대에서 철학과 학·석사 학위를 마치고 1983년 말 독일 보훔대로 유학을 떠났다. 석사 논문의 주제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이었는데 보훔대에 헤겔 연구소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학풍이 아니었다. “80년대 우리나라는 정치사회 이슈로 매우 치열했잖아요. 그런데 거기 교수들은 헤겔이 옛날에 썼던 일기책이나 사러 돌아다니더라고요. 뭔가 죽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일단 ‘외도’를 해보고 철학이 그리워지면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의사였다. 학창시절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이 수학이라 의대 입시가 수월해 보였다. 주변의 만류가 이어졌다. “저한테 왜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지 물어보지 않고 ‘인문계라서 안 된다, 외국인이라서 안 된다’고 하더군요. 내 인생이고 내가 제일 나를 잘 알잖아요. 오히려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만 강해졌어요.” 의대 입시 공부가 어렵진 않았을까. 그는 도전을 구체화 해나가는 과정에 타협은 없었다고 했다. 월·주·일단위로 계획을 세세하게 짜서 입시를 준비했다.

 결국 85년,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쾰른대 의대에 입학했다. 6년의 공부 끝에 당시 인기가 좋았던 외과의 레지던트가 됐다. 암병동에 진찰을 다닐 때였다. 환자들로부터 “닥터 리랑 얘기하면 마음이 편해져 신경안정제를 덜 먹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이 박사는 ‘나도 정신과 의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 주변에서 또 말렸다.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환자들을 심리 치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말을 자주 할 필요가 없는 마취과나 방사선과를 택하곤 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다시 정신과 레지던트가 된다. 당시 면접에선 철학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정신의학과 철학의 유대가 강한 나라다.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인용한 답변으로 점수를 많이 땄다.

 의학박사 학위와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VIP 환자들을 담당하게 됐을 때였다. 주위에서 “외국인 의사가 진찰하면 환자가 다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사 동료의 이런 편견에 부딪힐 땐 “나처럼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이 오히려 너희한테 도움이 된다, 나를 차별하는 것을 극복해야 진정한 시민이 될 수 있다”며 설득했다. 한 달 뒤에 그만두려는데 환자들로부터 ‘닥터 리가 그만두면 어떡하냐’는 편지가 쏟아졌다. 이 박사는 자신이 동양인 출신에 철학공부를 했던 게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t_ad.gif
 그는 29년 전 ‘외도’에 만족해 했다. 도전을 머뭇거리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주변 신경 쓰지 말고 도전하세요.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서 무엇이든 얻게 돼 있어요.” 그는 외도의 끝을 철학박사 학위를 따는 것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다. “철학자로 돌아가겠다는 건 아니고요, 단지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요.”

글=위문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 ?
    이강중 2014.03.20 22:26
    참으로 대단하네요. 이런사람들을 보면 한국인의 자긍심이 나도 강 해지지요.

    자랑 스럽읍니다 부디 더 크게 성공해서 한국을 빛내 주시라/ 자신의 행복도 찾으시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8 스타벅스, 와인·맥주 판매:미주한국 정혜경 2014.03.22 4188
897 英 가디언紙 "한국, '김치' 종주국 위상 흔들리고 있다":조선 정혜경 2014.03.22 3693
896 "평양에 스위스 음식 '퐁듀' 전문식당 영업중":중앙 정혜경 2014.03.22 4576
895 미셸 직접 쓴 붓글씨 '영' … 펑리위안에게 선물:중앙 정혜경 2014.03.21 3987
894 잠자고 있는 환급금(2010년 소득세 신고) 7억불 [뉴욕 중앙일보] 정혜경 2014.03.21 3953
893 뉴욕시 50만명 유급병가 혜택.:미주한국 정혜경 2014.03.21 4498
892 ‘존스비치’ 확 달라집니다:미주한국 정혜경 2014.03.21 4344
891 21일 춘분(春分), 낮과 밤이 같아지는 날 ‘관심 UP:동아 정혜경 2014.03.21 4401
890 "오늘밤 어때?"... 우리 부부가 '각방' 쓰는 이유/유럽캠핑기:오마이뉴스 정혜경 2014.03.21 3427
889 모자 주인 찿습니다.( NYC Marathon) 2 file 한승화 2014.03.20 4477
888 Boston Marathon Bombing Survivor Dances Again:Internet n 조선 정혜경 2014.03.20 5899
887 빌 게이츠 부부 "자녀에게 재산 물려주지 않을 것":조선 정혜경 2014.03.20 4170
» 나는 나,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중앙 1 정혜경 2014.03.20 3577
885 글은 자신의 얼굴 9 정준영 2014.03.19 3057
884 공부가 필요없는 시대 오나? 뇌에 칩 넣어 해결:중앙 정혜경 2014.03.18 3204
883 러시아사람들은 이렇게 하루 종일 욕만 하나보다. 1 정혜경 2014.03.18 4380
882 마라톤교실 광고도안 6 file 한영석 2014.03.17 4413
881 운동 전엔 꼭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조앤김 2014.05.09 6258
880 마라톤 교실 오픈에 즈음하여.. 13 정준영 2014.03.16 3898
879 LA이지러너스 응원모습 4 file 백성기 2014.03.16 4312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61 Next
/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