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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3색 봄을 만나다
광양·구례·하동 |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ㆍ덜 익은 봄, 보여줄 듯 말 듯 애태우는 ‘밀당’

‘밀당’이라는 말 아십니까? 남녀가 연애를 하는 중에, 혹은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벌어지는 심리전, ‘밀고 당기기’ 기술 말입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상대를 흔들기 위해 잠시 연락을 끊는다거나, 만나자고 하면 마음은 굴뚝이어도 일부러 거절한다거나… 여러 방식으로 상대의 애를 태워서 주도권을 키우는 연애신공이랍니다. 사람과 밀당을 한다 해도 어렵습니다만, 하물며 자연과의 밀당이라면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냐 싶으시다면 속을 좀 털어놓겠습니다. 3월 초에 분명 똑똑히 들었습니다. 남도에서는 매화 꽃망울이 터졌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겨울, 강원도는 눈 피해가 컸지만 다른 지역은 대부분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2월께부터 이미 한낮엔 봄날씨 같았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1주일 먼저 광양매화축제가 개막하고, 늘 한 주 정도 늦게 시작하던 구례산수유축제가 함께 개막한다는 겁니다. ‘남도에는 봄이 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은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남도는 다를 거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봄 마중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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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 하동과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변에서 봄을 만났다. 새순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초록의 차밭 한가운데서 하얀 꽃을 주렁주렁 매단 매화나무가 손을 흔든다. 하동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드디어 섬진강변에 도착한 취재차량을 마주나온 건 강바람이었습니다. 살며시 볼을 쓰다듬고 갈 줄 알았는데, 뺨을 ‘찰싹’ 때리고 갑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분명 다 왔다고 생각했던 봄은 어디로 간 걸까요.

강을 따라 동네방네 헤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곡성을 지납니다.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가 강줄기와 17번 국도를 따라 오고가는데, 꽃은 코빼기도 안 비춥니다. 구례 산수유마을로 갑니다. ‘노오란’ 산수유가 피긴 피었으되, 꽃봉오리가 덜 무르익은 듯합니다. 광양매화마을로 갑니다. 역시 하얀 매화꽃이 피긴 했지만 아직 흐드러지게 활짝 핀 느낌은 아닙니다. 봄은 말도 없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는가 싶습니다. 안타까움을 품고 19번 국도를 올라오는데, 섬진강변의 차밭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양지바른 강가의 매화는 활짝 피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과 하얀 매화가 곁들여진 녹차밭의 초록에 눈이 시려옵니다. 이런, 봄의 밀당에 걸려들었습니다. 그렇게 애를 태우고서야 만난 겁니다.

“꽃이 일찍 피긴 했는디, 꽃샘추위가 옹께 얼어부렀재. 오늘같이 날 풀리믄 주말에는 볼만하재.”

산수유 마을에서 만난 동네분이 그럽니다. 전날 그렇게 뺨을 사정 없이 휘갈기던 바람도 잠잠해진 날, 구경객들은 겨울옷을 벗어 손에 들었고, 꽃들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아참,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는 다음 주말(22일) 시작합니다. 참고로 이태 전에는 꽃 축제 때 꽃이 없어 난리가 났고, 지난해에는 축제 1주일 전에 만개해서 원성이 자자했다 합니다. 이번에는 꽃샘추위가 되레 축제날짜를 맞추게 도와준 셈입니다. 때맞춰 3가지색 ‘섬진강의 봄’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 하양

매화는 봄꽃 중 가장 먼저 꽃망울을 틔웁니다. 섬진강변에는 주로 백매화가 많습니다. 매화축제는 광양 다압면 일대에서 열리는데, 그 중심은 홍쌍리 청매실농원입니다. 농원 입구에서 나물과 매화 묘목을 싸들고 나온 할머니들의 좌판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장독대가 보입니다. 아직 매화가 덜 피어 한산한 가운데, 부침개 냄새가 풍겨옵니다.

축제 개막까지는 열흘 남짓 남았건만, 농원 아래 곳곳에 먹거리를 파는 장사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아직 밥때도 아닌데 “밥 먹고 가세요” 메들리도 들려옵니다. 마을 사람들도 질세라 골목 어귀와 집 앞에 매실장아찌와 진액을 내놓고 슬그머니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온동네가 쿵짝쿵짝 들썩이는 가운데, 아직 매화는 다소곳하게 햇살을 기다립니다. 언덕 위의 매실농원보다 섬진강변의 매화가 더 빨리 핍니다. 축제 주최 측에서는 “11일 기준 도로변은 80%, 청매실농원은 40% 정도 개화했다”고 상황을 알려줍니다. 꽃이 만개하면 언덕 위로 올라가 섬진강을 바라보며 매화 향기에 취할 수 있습니다.

길 건너 하동에서 구례로 가는 19번 국도를 따라, 강가에도 산자락에도 매화가 하늘거립니다. 하동, 구례 쪽에도 매실 농가가 많이 늘었다더니, 눈으로도 확연히 보입니다. 매화는 언뜻 보면 벚꽃과 닮았지만, 꽃술이 길고 꽃자루가 없이 가지에 바로 붙어서 피는 걸 보고 구분하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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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

구례 산동면은 봄마다 지천에 산수유가 흐드러집니다. 지리산 온천단지를 지나면 오른쪽 언덕 위로 거대한 산수유꽃 조형물이 보이는데, 조금은 뜨악합니다. 그냥 산수유만으로 어여쁜데 왜 저런 걸 만들까 생각이 들지만, 이정표 역할은 제대로 합니다.

산수유 군락이 있는 마을은 산동면 일대에 여럿이지만, 얼굴마담 격인 곳은 반곡마을과 상위마을입니다. 반곡마을은 계곡과 꽃이 어우러져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주변으로 산수유 꽃담길이 조성돼 있고, 산수유 가지 아래 계곡에는 하얗고 평평한 반석이 멋집니다. 산동면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곳이 이 반곡마을입니다. 

상위마을은 가장 위쪽에 있는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입니다. 언덕 위 정자 ‘산유정’에서 아랫마을들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습니다. 돌담길과 어우러진 산수유도 눈길을 끕니다. 아랫동네와 개화시기가 5일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뒤늦게 이달 말쯤에도 꽃이 확실히 남아 있을 곳입니다. 

꽃 조형물이 있는 산수유사랑공원 뒤쪽으로 한창 공사 중인 축제 행사장이 있고 뒤쪽으로는 새로 심은 산수유 묘목들이 보입니다. 축제 중에는 산수유 족욕체험, 음식체험 등이 펼쳐진답니다.

번잡스러운 축제행사 주변을 피하려면 현천마을과 계천마을을 찾아가면 됩니다. 계천마을은 1000년 전 중국 산둥성(山東省) 처녀가 시집와서 심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현천마을은 저수지에 비친 산수유의 그림자를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두 마을도 반곡마을보다는 꽃이 늦게 피어 아직은 색이 덜 진합니다.

■ 초록

차나무에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봄날. 지리산 야생차밭은 서서히 초록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섬진강변을 따라 있는 차밭들을 뒤로하고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는 벚꽃길을 지나 하동 쌍계사 계곡으로 갑니다. 차밭 하면 보성인 줄만 알았는데, 계곡 주변부터 산자락까지 차밭이 빼곡합니다. 언덕 아래부터 위까지 계단처럼 차곡차곡 쌓인 이랑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계곡을 따라 다원과 야생차 마을 간판이 여럿 보입니다. 쌍계사를 향해 다리를 건너면 우리나라에서 차를 가장 먼저 심었다는 ‘차 시배지’ 비석과 야생의 차밭이 나옵니다. 국내에서 차를 키운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서기 828년(신라 흥덕왕 3년)에 당나라에서 녹차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일대에 뿌렸다는 중국 유래설도 그중 하나라 합니다. 따져보니 지리산은 무려 1200년 가까이 차를 키우고 있는 ‘차의 성지’였나 봅니다.

차밭에 햇살이 머물고 동네 아주머니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등을 움직입니다. 소박한 그 풍경이 정겹고 따스합니다. 녹차밭의 화룡점정은 매화가 어우러진 차밭입니다. 가지런한 이랑 사이에도 뜬금없이 꽃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하얀 매화는 차밭의 초록을 더욱 싱싱하게 빛나게 합니다. 지나는 길에 보이는 농원들이나 차 체험관에서 향긋한 차도 한 잔 맛볼 수 있습니다.

▲ 남도의 꽃축제·즐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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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관광열차


광양 매화축제(22~30일) 기간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몰려온다. 섬진교에서 송정공원까지 곳곳에 주차장이 마련되며, 강 건너 하동 쪽에 세우고 부교를 건너오는 방법도 있다. 16일(일) 오전 9시부터 청매실공원 근처를 출발점으로 강변을 따라 달리는 섬진강마라톤대회가 열리니 오전 방문을 피하는 것이 좋다. www.gwangyang.go.kr/gymaehwa 참고.

구례 산수유축제(22~30일)는 지난해보다 길게 일정을 잡았다. 매화축제와 함께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도로 정체는 감안해야 한다. 개막일에는 걸스데이가 출연하는 K팝 콘서트가 열린다. 28~29일에는 전국 어린이·학생 사생대회가 열리니 살짝 피하는 것이 좋겠다. sansuyu.gurye.go.kr 참고.


붐비는 꽃축제를 피해 한적하게 섬진강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곡성에서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한 관광열차(사진)가 섬진강을 따라 달린다. 섬진강 기차마을 내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편도 30분을 달려 30분 정차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다. 3월까지는 평일 3회·주말 5회 왕복 운행한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기차마을 자체도 돌아볼 만 하다. www.gstrain.co.kr 참고.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변을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총 148㎞에 달하는 섬진강 자전거길을 종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볍게 한두시간 정도 자전거를 빌려 봄바람을 만끽할 수도 있다. 곡성청소년야영장과 매화마을 인근에서 1~2인용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비용은 1시간에 3000원 선이다. 문의는 곡성청소년야영장 (061)362-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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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경 2014.03.15 09:58
    남도 차밭에 갔었다. 고흥출신 관장님 주선으로 과장님들,계장들의 참석이었다. 남도에 갈일이 그리 많치 않았기에 기꺼이 갔었다. 소록도, 차밭, 그리고 송광사를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지는 녹차밭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남도의 멋진 풍경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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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중 2014.03.15 21:31
    3-15-14
    헤경씨는 마라톤만 하는줄 알았더니 대한민국 최남단 고흥 까지 다녀 왔다니 대단 하시네요.
    소록도 환자촌은 지금 어떻게 변화 됐는지 궁금 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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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영 2014.03.15 21:38
    몇년전에 한국 갔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곳이 섬진강 유역 이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오면 이곳에서 살리라 하고 마음 먹었었지만, 항상 이민의 삶이 그러듯이 마음먹은 대로 곧 떠나지 못하는 이곳.. 더구나 이제는 마라톤 친구까지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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