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향하여 달리다.
아마 나의 조상은 대륙을 달리던 유목민이었거나, 광개토대왕과 함께 대 고구려제국을 이루었던 용장이었음에 틀림없다. 그저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안주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내가 마라톤을 만나고는 물을 제대로 만났다. 우선 끝없이 달리는 것이 좋다. 마라톤을 빙자하여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다. 마라톤이라는 깃발을 들고 세계 구석구석 다니면서 인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기후와 토양이 다른 자연의 기를 온몸으로 내려 받고, 맛이 다른 음식들을 먹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다.
오늘은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잔뜩 긴장을 했다. 마라톤이란 어떤 일기나 조건에서도 뛰는 것이지만, 아직도 추운 이른 봄날에 비를 맞으면서 3 시간 혹은 4 시간, 5 시간을 달리는 것은 부담이다.
다행히 뛰는 동안은 수줍은 새색시 부엌에서 접시를 깨뜨리고 흘리는 식은땀만큼만 내려서 뛰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Annapolis의 한적한
봄은 봄비와 함께 경이롭게 다가오고 있다. 아직도 벌거벗은 나무가 봄을 맞으러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린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생명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나무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대지 밑에서 꿈틀거리는 미물들의 생명의 소리가 또 그렇게 아름답게 들린다.
달리면서 단전에 힘을 모으고 깊은 호흡을 계속하면 그 소리는 더욱 경쾌하게 들린다.
대나무 오솔길이 이채로운 봄 길을 달리는 내 발자국 소리는 바쁘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와 환상적으로 리듬이 잘 맞는다. 봄에는 뭔가 활기차고 빠른 리듬이 좋다. 새 봄을 맞는 생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봄을 향하여 달려가는 내 마음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봄이 오면 새로운 일들이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듯이 멋지게 피어날 것만 같다.
단전에 힘을 모으고 깊은 호흡을 하면서 달리면 명상에 빠져든다. 철부지 어린 소녀의 눈물만큼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봄을 맞는 신비로운 소리를 들으며 잠겨 든 명상 속에서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가 보이고,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온다. 아나폴리스의 한적한 공원에서 5백여 명과 함께 달리면서 나는 나의 봄을 이렇게 맞는다.
겨우내 나름대로 훈련을 열심히 해서 오늘은 편안하게 달렸다.
특히 나의 마라톤 사부님이신 권 이주 전 회장님을 20 마일 지점에서 따라잡은 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부님을 따라잡는 것은 사부님에게도 기쁜 일일 것이다. 보통은 20 마일이 지나면 온몸의 기운이 소진되어 속도가 현격히 떨어지는데 오늘은 20 마일이 지나면서 오히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었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온 세상을 얼려버린 혹독한 겨울 뒤에 한 줄기 따사로운 봄 햇살이 대지 위에 생명의 기를 불어 넣듯이 20 마일 을 뛰고 난 뒤에 온 몸의 에너지가 고갈된 뒤에 정신이 맑아지면서 신비로운 생명수가 흐르는 느낌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마라톤을 뛰면서 몸 속에 묵고 낡은 기운은 다 날려보내고 새로운 봄 기운을 채우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 나비처럼 나풀나풀 골인지점까지 가볍게 들어왔다.
오늘 마라톤 대회는 봄을 향하여 달리며 우주에 떠도는 봄기운을 폐 속 아주 미세한 기공까지 큰 호흡으로 채우고 돌아온 봄맞이 마라톤이었다.
다리만 봐도 압니다 ^^ 완벽한 말근육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지요~ 그 덕을 톡톡히 보셨군요 ^^
20마일에서의 깃털느낌이라~~~ 그것이 몰까 잠시 멈칫했지만 알수없었습니다 ^^;
고진감래! 나비가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전 언제쯤에나 그 마법을 체험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
함께 봄맞이 마라톤~ 즐거웠어요~ 가볍게 한판! 올한해도 바쁘게 빠듯하게 놀아보아요~~ 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