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퀴, 인생은 네 바퀴, 네 박자
2 월 하순 새벽 4 시, 센츄럴 팍의 아직도 녹지 않은 눈 위로 비추는 가로등 등불은 역시 낭만적이었다. 엊저녁 뉴욕 시민들과 세계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숱한 추억을 담고도 시치미를 딱 잡아떼듯이 의연하다,
저 가로등은 우리들이 센츄럴 팍 네 바퀴 완주를 내려다보고도 가슴에 묻어두겠지!
오랜만에 새벽 기온이 영상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쌀쌀했다. 회장님과
했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센츄럴 팍 90 가와 5 애브뉴 만나는 지점은 늘 이렇게 우리들의 출발지점이요 골인지점이다.
오늘은 여기를 네 번 통과하고 들어와야 마라톤 풀 코스 26 마일에 가까운 24 마일을 연습
하는 거다.
네 바퀴, 인생은 네 바퀴, 센츄럴 팍도 네 바퀴는 달려야 달리기의 쓴맛, 단맛을 알게 되고, 인생도 12 간지를 네 번은 돌아야 하늘의 뜻을 깨달아 알게 되는 지천명이 된다.
세계의 심장부 맨하탄, 맨하탄의 허파 센츄럴 팍의 가로등불에 비춰진 낭만적인 경관을 눈으로 음미하면서 네 박자의 경쾌한 속도로 네 명이 함께 이야기하고 격려하면서 달렸다.
오늘은 속도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저 네 바퀴 완주를 목표로 뛴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어두운 공원에서 제일 처음 마주친 시림은 손을 아예 허리춤 아래서 흔들며 달려서 보기에도 어딘가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세 바퀴 돌 때까지 마주쳤으니 그 분도 풀 코스 마라톤을 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Good Morning!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늘씬한 여자 혼자서 뛰어간다. 이 꼭두 새벽에 여자 혼자서? 아뭏튼 Goood Mooorning!
그리고 뇌성마비 인듯한 사람이 뛰어서 지나가는데 이 분도 그 몸으로 세 바퀴 돌 때까지 마주치는데 꽤나 여러 바퀴 뛰는 모양이다. Good Morning!
그리고 한 바퀴 돌고 두 바퀴째에는 늘 마주치는 스패니쉬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나란히 지나간다. Good Morning!
또 센츄럴 팍의 유명한 일본 할머니 오늘도 어김없이 뛰신다. Good Morning!( 우리가 인사를 않으면 절대로 먼저 인사하지 않는다.) 이 할머니 마지막 네 바퀴 들어올 때 보니까 어느 영감님하고 다정히 이야기 하면서 뛰더라. ( 두 분 싱글이시면 사귀면 어떨까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또 한 분 센츄럴 팍 의 명물, 해병대 팔각 모를 쓰고 뛰는 건강한 검은 피부의 사나이! Good Morning!
우리는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는 두 바퀴째 돌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오면서 뉴욕의 아침을 여는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뛰는 사람, 그냔 편하게 걷는 사람. 분주히 움직이는 다람쥐, 너구리도 모두모두 Good Morning!
이렇게 편안히 뛰니 호흡이 아주 순하고 좋았다. 달리기를 통하여 몸 속에 내제해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느낌을 얻는 것은 큰 기쁨이다. 두 바퀴째도 1 시간 정도에 달렸고, 이제 세 바퀴째도 이렇게 편한 호흡으로 달릴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세 바퀴째도 한 시간에 뛰었고, 이제 한 바퀴 더 뛰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남았다고 신체신호가 왔다.
공원 서쪽방향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오르는 언덕을 오르다 보니
나도 지기 싫어서 스피드를 오렸지만 더 멀리 벌어지고 말았다. 속으로 한참 가다 보면 사정권에 들어오겠지 하고 그냥 내 속도로 달렸다. 역시나 마지막 5 마일 지점에서 거리가 좁혀져 추월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구게하임 박물관쯤에서부터 속도를 올리며 따라와 마지막 사력을 다했지만 오늘은 완패였다. 놀라운 스피드와 지구력이었다. 그 동안 준비가 많은 모습이었다.
오늘 가장 자신감을 얻은 사람은
강변과 해변, 숲길과 오솔길,
이렇게 내 자신에 충실하기는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없었다.
내 스스로에게 사랑 받는 내 몸은 요즘 나날이 새로워지고 진화한다. 저기 멀리서 먼지에 쌓인 채 케케묵은 어릴 적 꿈들도 다시 생명을 얻어 꿈틀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