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1949년 일본 교토(京都)출생. 와세다대학 연극학과를 졸업 후, 재즈 다방 등을 경영했다. 29세에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상신인상을 받으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87년에 출판한 『상실의 시대』가 전후 최대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80∼90년대 일본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세계의 주요 언어로 번역돼 널리 읽히고 있다. |
(달리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내가 이야기하는 것)
村上春樹 지음,
문예춘추,
241쪽, 1500엔
달려본 사람은 안다. ‘무지막지하다’라는 형용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가 무엇인지를. 왜 땀과 고통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의 주자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하나같이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지를. 답은 간단하다. 결승점을 지나야만 비로소 달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가가 경애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제목을 응용한 것이라지만, 제목에서부터 배어나는 ‘하루키식 느끼함’이 새삼스레 버겁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의 대형서점 목 좋은 곳에 수북이 쌓인 이 책을 집어든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 광이라는 얼핏 듣기에 ‘생뚱맞기 그지없는’ 풍문이 내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문에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엮은 개인사’라는 구절이 보인다. 일기보다도 정성껏 적어온 달리기 일지를 정리해서 펴냈다고 한다. 달리는 것에 대한 9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하루키 어법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이 책의 색깔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제목을 다시 붙여보자면 ‘달리기와 나의 글쓰기’쯤 될 것이다.
왜 달리는가? 책 속에 이 질문에 대한 또렷한 답은 없다. 그러나 어지간한 독자라면 금세 답이 보인다. 하루키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글쓰기의 은유이다. 달릴 때의 몸짓이 자아내는 반복적이면서 고통스런 신체표현이야말로 직업작가의 글쓰기 현장을 임장감 있게 전한다. 작가는 말한다. “문장을 쓰는 것 자체는 두뇌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것은 육체노동에 가깝다.” “소설가라는 직업에는 이기고 지고가 없다. 쓴 것이 스스로가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지 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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