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일상의 평범한 가치들이 특별히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내 몸이 나에게로부터 이렇게 사랑을 받은 적은 마라톤을 뛰기 전에는 없었다.
사랑도 그냥 평범한 사랑이 아니라 열병과 같은 사랑이다.
따사로운 6 월, 햇살의 희롱을 받아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장미화처럼,
사랑하는 님의 사랑을 받아 생명을 잉태하는 여인처럼,
나로부터 열화와 같은 사랑을 받은 나의 몸에는 맑은 영혼이 깃들고 있다.
아주 평범하게 느껴지던 자신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하찮게 여겨지던 생활이 밝게 빛나고,
주위의 사물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뛸 때 폐 속 깊숙이 들어오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감사하고,
한적한
길 위를 같이 큰 숨을 쉬며 뛰고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길동무인지,
그저 동네 한 귀퉁이에 있는 공원 오솔길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지,
아침 일찍 일어나 내 앞을 뛰어가는 다람쥐가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호흡이 거칠어지면 안다.
달리면서 모공이 열려 온몸이 땀으로 적셔질 때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이 뜨였고,
나뭇잎의 가녀린 떨림으로 전해오는 바람의 소리에 귀가 열렸다.
무엇보다도 세상과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고픈 마음의 문이 열렸다.
달리고 나서 벌컥벌컥 마셔대는 물은 생명과 동격이었다.
첫 모금의 물은 첫 키스의 기억보다도 달콤했고,
온몸의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한 끼의 식사는 그 어떤 잔치 음식보다도 더 감사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마라톤은 나를 재창조했다.
우선 나의 몸이 완전 리모델링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나고 나니 옷이 하나도 맞는 것이 없었다.
극심한 불황의 시기에 옷을 새로 다 장만해야 하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장거리를 끝없는 인내로 달리다 보니 성격도 바뀌었다. 불 같은 성격이 느긋해졌고,
노하거나 화내는 일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어지간해서 스트래스를 잘 받지 않는다.
습관이 바뀌었다. 습관이 바뀌니 생활이 바뀌었고, 생활이 바뀌니 만나는 사람이 바뀌었다.
만나는 사람이 바뀌어 대화가 바뀌니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브이자를 그리며 떼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철새들의 끝없는 날갯짓의
고통과 희열을 마라톤을 뛰면서 알게 되었다.
마라톤 거리보다도 훨씬 먼 길을 달려와서는 모래톱에서 잦아지는 파도를 보면서
골인 지점을 간신히 넘은 나의 모습처럼
그때가 최고의 감동을 맛보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KRRC의 개구장이 한 영석님은 사랑 하는 마음을, 몇번 인가 를, 새로온이가 첫 marathon 을
완주한 그 들을 축하 하는 자리 에서 이런 말들을 그들 에게 들려 주었읍니다.
지금 그 기분엔 온 세상이 내껏이고 앞으로 계속 해서 그 기분이 지속 할것 같지만,
대부분이 얼마 안가서 그만 두니까 지금 이자리의 이분 들은 지금 그 마음 으로 내년 에도
또 내 후년 에도 볼수 있으면 합니다....... , 이렇게 타인을 사랑 하는 마음을 전달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