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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간 탓입니다. 한국 제조업은 이대로 끝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현장과 강소기업들을 찾아갑니다. 제품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때 '메이드 인 코리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면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나선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을 만났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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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이 자신이 디자인한 헤드폰 밴드를 소재로 만든 조형물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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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일까. 지난 1월 설 귀향길 서울역 맞이방에서 처음 발견한 디자인 브랜드 매장 '디트랙스'가 그랬다. 이곳에선 안테나샵, 아이코닉, SGP, 알리프 같은국내 디자인 브랜드들이 베르사체, 몽블랑, 파버카스텔 같은 수입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눈도장' 찍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국내업체끼리 모인 기존 '중소기업 명품마루'는 '우물 안 개구리' 같았다.

'디자인' 첫 글자인 'd'를 우리 전통 오방색으로 표현한 디트랙스 브랜드 로고부터 매장 인테리어, 제품 설명서까지 디자인 매장다운 '품격'도 느낄 수 있었다. 이 매장 자체가 세계 산업디자인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해온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작품'이란 걸 알게 된 건 한 달 뒤였다. 

서울역 '명품마루'엔 없고 '디트랙스'엔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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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마침 미국 실리콘밸리를 떠나 판교 테크노밸리 본사에 와 있던 김영세 회장을 만난 건 한 제품이 계기가 됐다. 이노 자체 브랜드인 '이노 디바이스' 첫 작품이면서, 오는 28일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독일 iF 디자인상을 받는 패션 헤드폰 '이노 웨이브'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디자인상을 받아본 김 회장이었지만, 이번 상은 의미가 남달랐다.

"지금까지 수십 개 상을 받았지만, 제조사를 위한 디자인이었고 우리 브랜드로 상을 받는 건 처음이에요. 유럽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았다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제 자신이 외국을 오가면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자주 듣는데 불편한 게 많았어요. 헤어밴드가 웨이브 모양이어서 디자인도 독특하지만 탄력이 좋아 착용감이 좋습니다."

'이노 웨이브'는 국내 헤드폰 제조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지만, 정작 제품엔 '디자인 바이 이노 캘리포니아(Designed by Inno Califonia)'라고만 표시돼 있다. 팔로알토에 있는 이노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제품이란 의미다. 애플이 아이폰을 중국 폭스콘에서 만들면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대신 '디자인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라고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이 디자인 중심으로 사업을 보면 공장이 어디 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공장이 한국에 있든, 캄보디아에 있든 상품 콘셉트(개념)와 디자인, 브랜드처럼 눈에 안 보이는 부분들의 주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거죠. 이미 소비자들 눈엔 디자인이 대세예요." 

김영세의 세 가지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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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제조사 의뢰를 받아 디자인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제조사에 넘겨 제품을 만들면 되요. 디자이너는 항상 '을'이었는데 이제 '갑'과 '을'이 바뀔 수 있는 거죠.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세계가 열리면 이노디자인처럼 수평적인 회사들이 미래가 밝아요."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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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영세 회장은 지난 1991년 11월 영국 <디자인>지 인터뷰에서 '생산 주체(manufactured by)'보다 '디자인 주체(designed by)'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전망했다. 애플 같은 디자인 브랜드가 급부상한 오늘날 당연시되는 말이지만 20년 전만 해도 황당한 얘기처럼 들렸다. 이노디자인조차 자체 브랜드 제품 생산에 나선 건 최근 일이다.

[#1 1991년 영국 <디자인>] '매뉴팩처드 바이'보다 '디자인 바이'

"예전에 제조사 의뢰를 받아 디자인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제조사에 넘겨 제품을 만들면 되요. 디자이너는 항상 '을'이었는데 이제 '갑'과 '을'이 바뀔 수 있는 거죠.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세계가 열리면 이노디자인처럼 수평적인 회사들이 미래가 밝아요. 우린 헤드폰 제조사가 아니라 디자인 회사니까 헤드폰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미래는 디자인 회사가 중심이고 제조사와 유통사가 파트너가 될 거예요."

김 회장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 때 생산 기술보다 디자인을 먼저 고려하는 '디자인 퍼스트' 개념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지난 1999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월드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이 개념을 처음 발표했다. 이 개념은 곧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통해 현실로 나타났다. 김 회장이 스티브 잡스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경영인들 가운데 스티브 잡스만큼 디자인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잡스는 디자인을 애플의 '소울(영혼)'이라고 표현했어요. 말 그대로 '기술을 포장하는 게 디자인이 아니라 시장을 창출하는 게 디자인'이라는 걸 보여준 거죠."

[#2 1999년 호주 시드니] '디자인 퍼스트' 시대

1990년대만 해도 제품 생산에서 디자인은 늘 뒷전이었다. 제조사들은 일단 제품 생산 기술을 먼저 따졌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기술, 그 다음에 상품이라고 봤어요. 기본적인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뒤집어 놓은 거죠. 잡스는 늘 '디자이너에게 우선 일을 맡기고 그다음에 엔지니어에게 일을 맡기라'고 했어요. 저도 1999년 '디자인 퍼스트', 신상품이 탄생하려면 디자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발표했죠. 그때는 모두 갸우뚱했는데 지금은 잡스 때문에 많이들 믿게 됐죠." 

이런 예측이 가능했던 건 김 회장 자신이 지난 1986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뒤 누구보다 글로벌 트렌드에 밝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2년 <퍼플피플>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3 2005년 오마이뉴스] "직원 10명 회사가 10억 달러 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직원 숫자가 많지도 않은 신생기업들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어요. 이제는 머리수보다 머릿속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진 거죠. 미국 20대들은 자기들이 좋아서 창업을 하거든요. 산업 시대 블루칼라가 생산직, 화이트칼라가 사무직을 상징했다면 스스로 미쳐서 만들어내는 창조자들은 바로 블루도 화이트도 아닌 '퍼플 칼라'이고 이들이 미래를 지배하게 될 거예요." 

실제 김 회장은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 인터뷰 당시 "앞으로 10년 안에 직원 10명인 회사가 10억 달러(1조2천억 원)를 버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관련기사:"직원 10명 회사가 10억달러 버는 시대 온다" ) 

그때만 해도 지나친 과장처럼 들렸지만 불과 7년 뒤인 지난 2012년 4월 페이스북이 창업한 지 2년밖에 안된 사진공유서비스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해 충격을 줬다. 당시 인스타그램 직원 수는 13명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업체인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하기 전까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디자인 빠진 창조경제? 엔진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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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상품을 디자인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해요.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가격뿐 아니라 디자인 때문이에요.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안 나오는 게 딜레마죠. 패키지(포장) 방식도 굉장히 한국적이에요. 세계시장에서 찾는 걸 만들어낸다면 엄청난 부가가치 상승이 가능해요."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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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창조경제' 열풍과 더불어 중소기업, 벤처기업 역할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서울역에 나란히 자리 잡은 '명품마루'와 '디트랙스'는 디자인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상반된 시각을 잘 보여준다.  

"중소기업 상품을 디자인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해요.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가격뿐 아니라 디자인 때문이에요.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안 나오는 게 딜레마죠. 패키지(포장) 방식도 굉장히 한국적이에요. 세계시장에서 찾는 걸 만들어낸다면 엄청난 부가가치 상승이 가능해요." 

삼성-애플 특허 소송을 계기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디자인보다 가격 경쟁력에 더 목을 매는 현실이다. 

"한국의 취약점이 '패스트 팔로우(빠른 추격자)'지만 '퍼스트 무버(첫번째 개척자)'에는 도전을 안 하는 거예요. 특정 기업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이 모험을 잘 하질 않아요. 기업인들도 미래 비전을 고민하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검증된 일, 쉽게 성공하는 일로 많이 쏠리고 있죠. 더 갈 데가 없으면 '디자인 퍼스트'를 실천하겠지만 아직 안 움직여요. 중소기업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는 사례가 나와야 해요."

김 회장이 디트랙스를 통해 '디자인 대중화'에 나선 것도 디자인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달라져야 기업 문화도 바뀔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는 3월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문을 여는 '김영세 디자인 박물관(YKDM)'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삼성전자나 레인콤 제품으로 기억돼온 '가로 본능' 휴대폰이나 아이리버 MP3플레이어가 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도 디자인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서울역 매장이 규모는 크진 않지만 위치가 중요해요. 하루 15만 명이 지나가는 곳이어서 디자인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요. 소비자들이 디자인 제품을 보고 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디자인에 대한 인식도 바뀔 거예요. 그게 제 보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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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7일 서울역 맞이방에 문을 연 디자인 브랜드 매장 '디트랙스'(왼쪽)와 지난해 여름 문을 연 '중소기업 명품마루'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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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4년 판교] 앞으로 10년 '수평적 기업' 시대 올 것 

김 회장은 이날 새로운 '예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바로 '수평적 기업'들의 시대다.  

"앞으로 또다른 10년을 내다보면 디자인 중심의 산업 시대가 열릴 거예요. 이노가 원하는 것도 생산과 유통은 자유롭게 하면서 디자인 브랜드 중심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찾아서 다양하게 공급하는 수평적 기업이죠. 기술 중심 시대에는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모두 만드는 수직적 기업이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구글처럼 일정한 상품이나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변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맞춰가야 해요. 그런 게 창조경제의 핵심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나름 기대를 걸면서도 '디자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창조경제 엔진은 디자인이에요. 자동차가 엔진 없이 굴러갈 수 있나요? IT나 과학기술을 핵심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 20년 전 벤처 유행 때 재탕하는 거예요. 이제는 각도가 달라져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고, 문화와 산업을 연결해야 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바로 디자인이에요. 이건 새로운 발상이나 이론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인데 아직 (창조경제) 핵심에 디자인이 없다고 하면 아쉽죠."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 중요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정부가 디자인 분야를 외면한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듭 확인했지만 김 회장 대답은 단호했다. 

"들은 바 없음. (현 정부에서) 아직 디자인은 관심거리가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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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완쪽)과 이노디자인 전속 모델 엔시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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