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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 시내에 들어왔다. 우린 냅다 한국에서 검색해 온 매장으로 갔다. 데 카 르 통. 생활용품 마트라고 보면 된다. 옷, 운동기구, 신발, 캠핑용품 등이 많다. 더구나 원화에 비해 유로화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센 것을 감안하면 이곳의 물건 값은 참 저렴하다. 남편은 틈틈이 와이파이가 되는 호텔에서 묵을 때면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의 사진을 캡처해서 전화기에 저장해 놓았다.

후욱~ 주차를 위해 차가 꽤 높은 층까지 오르고 오른다 생각했는데 한순간 옥상 주차장이다. 그닥 좋은 날씨가 아닌데 하늘과 가까워지니 회색빛 무거운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기분이다. 주차를 하고 돌아보니 사방에 각 마트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어리벙벙해 하며 나름 나의 방향 더듬이를 작동 시키려는데 "어, 저기. 데카르통이 있네." 남편이 말한다. 프랑스에 들어와서 쉬운 일이 하나 없다 생각했는데 매장을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이야. 

'우쭈쭈쭈' 기분이 좋다. 파란색 톤의 매장 풍경이 마음에 든다. 캠핑 코너는 쉽게 눈에 띄었고 역시 말은 잘 통하지 않는다. 우선 텐트 쪽으로 가니 입간판에 매장에 있는 텐트들의 모습, 크기, 가격 등이 표시되어 있다. "이거야, 내가 봐둔 게." 한 번에 펴지는 원터치 텐트인데 나름 방이 두 개다. 중앙이 거실 겸 부엌이고 양 옆이 방이다. 가격은 25만원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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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하게 텐트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는 산사람 어느 나라 사람인지...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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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취침 시간의 차가 매우 크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9시 전에 잠에 들고 남편은 12시가 가까워 잠을 잔다. 그가 나의 잠자는 시간에 맞춰 잠을 자면 그 다음 날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하고 내가 그의 취침 시간에 맞추면 그 다음 날 수면부족으로 입술이 부르트고 눈이 퀭해 동시에 팔베개하고 잠자는 건 포기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방이 두개는 되어야 각자의 취침시간에 맞추어 뭔가를 하다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겠다. 

점원은 텐트를 편다. 정말 원터치다. 짧은 시간에 방 2개짜리 집이 생겼다. 접는 것도 어렵진 않으나 각 방이 동그란 원으로 엇갈렸다가 다시 하나의 원이 되어 텐트 가방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당황스럽다. 괜찮으니 과감하게 텐트를 꺾으라는 점원과 꺾기를 머뭇거리는 남편을 위해 신참으로 보이는 점원은 텐트를 치고 접는 시범을 다시 한 번 더 보였다. 나 또한 곁에 서서 지켜보며 눈에 익혀 보지만 과연 우리 둘만이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코펠, 수저, 버너, 팸프, 에어매트, 펌프, 식탁, 식탁보, 의자, 돗자리... 정말 미친 듯이 쇼핑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원하는 물건 사진을 캡처해온 것은 아주 탁월했다. 두유(머릿기름)가 흥건하고 냄새 또한 거시기해서 만지고 싶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남편의 머리털이 훌렁 벗겨지도록 쓰다듬어주고 싶다. 기특한지고.  

무려 150만 원 정도 쇼핑을 했다. 아참. 쇼핑 중 가장 탁월한 것은 매트, 즉 전기담요였다. 3인 매트와 1인 매트를 구입했는데 스페인, 이탈리아를 제외한 나라들에서 매우 요긴하게 썼다. 특히 우중충하던 포루투갈과 스위스, 독일, 네델란드 등 비가 자주 오던 나라에선 이 매트가 있어 여행의 서글픔과 고단함이 덜했다. '여름인데 추워봤자지'란 마음으로 매트를 준비하지 않았던 한국인 캠퍼들이 특히나 부러워했던 우리의 캠핑 아이템이었다.  

긴 쇼핑 동안 아이들은 신이 났다. 옷이 부족해 위 아래로 줄무늬 옷을 입어 전체적인 느낌이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하고는 신이 났다. 서로 안아주고 업어주고 난리가 났다. 아이들의 들뜬 모습을 보니 긴 시간 쇼핑하는 걸 딱 질색하는 나도 덩달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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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신이 났다. 좋긴 한가보다. 엄마도 좋다.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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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우리 가족을 전담해 쇼핑을 도와준 친절한 총각은 우리가 계산하는 것을 마치자 카트를 끌고 와서 차에 실어준다. 센스 있는 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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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 점원. 우리도 당신도 Good luck! 웃어요~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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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그새 더 우리 머리에 가까워졌다. 빨리 잠 잘 곳을 찾으러 가야한다. "오늘 밤 어때?" 나의 찡긋하는 눈빛의 의미를 알고는 남편은 좋단다. 

전 세계 체인인 'ibis 호텔 리옹'은 한 방에 절대로 2인 이상은 들어갈 수 없단다. 다른 곳을 찾아보기엔 날도 어둡고 의외로 큰 도시라 잔여 객실이 많지 않다. 그리고 '돈도 써본 놈이 잘 쓴다고 하루에 100만 원 넘게 긁었는데 카드 긁는 김에 이것 좀 더 긁으면 되지'란 생각이 들었는지 우린 방 두 개를 잡아 버렸다. 2인 이상 들여보내지 않는 것에 완전 수긍할 정도로 방이 작다. 

이제 남편과 눈빛으로 주고받았던 그것을 해야 한다. 이런 짓을 하는 게 정말 부끄럽다는 것을 깊이 인정하는 바이나 그럼에도 우린 한국에서 가져간 밥솥에 라면을 끓였다. 내일이면 진정한 캠핑이 시작되는데 이렇게라도 축포를 쏘아야지. 

아이들은 라면을 먹고는 호텔 은은한 불빛 아래서 뭐라는지 이해도 안 되는 프랑스 만화를 잠시 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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