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lizabeth Bernstein

많은 사람들이 ‘심리치료’ 하면 1시간 동안 진료실 소파에 앉아 불행했던 유년의 기억을 들추는 광경을 연상한다.

하지만 치료의 초점을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맞추는 새로운 방식의 ‘시간 관점 치료(Time Perspective Therapy)’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며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시간 관점 치료’는 환자가 다음 중 어떤 관점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첫째, 과거를 긍정한다. 둘째, 과거를 부정한다(과거를 후회하며 과거에 나쁜 일이 일어났다[혹은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과장되게 생각한다]). 셋째, 현재를 낙관한다(현재를 즐기며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넷째, 현재를 비관한다(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신경 써서 무엇하랴). 다섯째, 미래에 대한 목표가 분명하다(미리 계획하고 어떤 결정에 대해 장단점을 따져본다). 여섯째, 미래에 얽매이지 않는다(사후 천국에 가는 것이 최고의 보상이므로 성실하게 산다).

필립 짐바르도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 명예교수는 과거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목표를 어느 정도 세우고, 현재를 어느 정도 긍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과거를 사랑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노력하되 일 중독 수준으로 심하게 노력하지는 말며), 현재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라는 뜻이다.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연 활동을 하는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인 짐바르도 박사는 환자의 성향을 알아보는 56개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만들었다.

최악의 결과는 과거를 심하게 부정하고 현재도 심하게 비관하는 경우다. ‘시간 치료(Time Cure)’의 공저자인 짐바르도 박사는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과거에 사로잡혀 자신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를 낙관하는가’ 항목과 ‘미래에 대한 목표가 있는가’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기록한다. 우울증 환자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는 전형적으로 이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우리가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족과 친구, 문화, 종교, 교육, 경험 등 다양하다. 아주 어릴 때는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얻는 데 집중하며, 현실의 쾌락을 상당히 중시한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면서 미래 지향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콜롬비아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심리학자 월터 미쉘은 1960년대에 유명한 연구를 했다.

미쉘 교수는 어린이들이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봤다. 그는 어린이들 앞에 마시멜로를 한 개 놓고 원하면 지금 바로 먹을 수 있지만 10~15분 동안 안 먹고 기다리면 1개를 더 주겠다고 말했다. 실험에 참여한 어린이들 가운데 절반은 바로 먹어치웠고 나머지 절반은 두 번째 마시멜로를 기다리며 참았다.

어린 시절 가졌던 ‘시간 관점’은 성장한 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쉘 박사는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십대가 됐을 때 그리고 중년이 됐을 때 다시 만났다. 4~5세에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던 사람들은 학교 성적도 좋고(SAT 성적이 평균적으로 약 250점 정도 높았다) 화목한 가정을 이뤘다.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린 사람들은 평생 정서적인 문제를 더 많이 겪었다.

짐바르도 박사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시간 관점’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짐바르도 박사와 ‘시간 치료(Time Cure)’를 공동 집필한 릭 소드와 로즈메리 소드 부부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참전 용사 32명을 치료했다. 이들은 다른 치료도 받았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32명 모두는 시간 관점 치료를 받은 후 불안과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상당히 개선됐다.

짐바르도 박사에 따르면 과거에 좋았던 기억에 집중하면 ‘과거를 긍정하는가’ 항목의 점수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사진 앨범을 만들고, 영감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며, 가족사를 구술하는 것이다.

일정을 관리하고 가족 휴가를 계획하는 등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면 ‘미래에 대한 목표가 있는가’ 항목의 점수를 높일 수 있다. 자원봉사를 하거나 누군가의 멘토가 돼주면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자연을 벗삼아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활동은 ‘현재를 낙관하는가’ 항목의 점수를 높이는 비결이다. 열심히 일했으면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친구와 맛있는 저녁식사하기, 마사지 받기, 오후에 좋아하는 운동하기)도 좋다.

‘과거를 부정하는가’ 항목의 점수를 낮추려면 현재 내 인생에서 누리고 있는 긍정적인 것들을 계속 떠올리거나 명상을 하면서 내면의 비관적인 목소리를 침묵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짐바르도 박사는 “과거에 안 좋았던 기억보다는 현재의 행복한 인생을 떠올리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배우면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완화될 수 있다. 파트너와 취미를 함께 즐기면 외로움도 덜해지고 상대방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도미닉 모나한(42)은 2009년 인쇄기제조업체 프로젝트매니저 자리에서 정리해고되면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어머니가 사는 시카고 교외 주택 지하실로 이사 갔다. 그는 이력서만 수백 통을 썼지만 서류전형에서 단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아무런 희망 없이 과거에 살고 있었다”며 “포기하기 직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나한은 자신이 언제나 현재의 쾌락을 중시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공부하는 대신 MTB를 타고, 달리기를 하고, 사냥을 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해군에 입대했으며 전역한 후에는 여러 분야에서 기술자로 일했다. 그는 다시 대학을 다니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결국 졸업은 하지 못했다.

그는 실업자가 된 후 심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넋두리만 늘어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만뒀다. 그가 ‘시간 관점 치료’ 이전에 받은 치료는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상태에서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모나한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려고 습관적으로 땅콩버터를 숟가락으로 퍼먹다가 체중이 27kg이나 늘었고 하루에 18시간씩 자게 됐다. 헐렁한 추리닝까지 꼭 껴서 맞지 않게 되자 인생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온라인 경제학 학위 과정에 등록했다. 집중 강좌를 듣다보니 발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온라인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그는 폐수를 정화하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회사에서 임시직 컨설턴트로 취직했다.

그는 태권도도 배우기 시작했다. 심리학자이기도 한 태권도 사범은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이제 그는 과거의 잘못을 반추하기 시작하거나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렇게 소리친다.

“그만하자! 이런 잡생각을 해봐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않고 행복해지지도 않아.”

모나한은 여전히 어머니 집에서 얹혀 산다. 그는 15kg을 감량했다. 현재는 금융 애널리스트와 태권도 유단자를 꿈꾸며 미래에 집중한다.

그는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한데 모여 “부정적인 과거에서 벗어나서 현재와 미래의 계획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서서히 내 잠재의식이 희망이 있다고 믿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