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뉴욕 일원에 폭설이 내렸다.
올 겨울에는 추위가 일찍 시작하여 연일 매서운 추위가 계속된다.
몇 년 전만해도 눈 예보가 있으면 벌서 제설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눈이 내리면 바로 제설작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제설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해 혼란이 극심하다. 최근 2 년 사이에 뉴욕 시는 청소국 직원 600여 명을 시 예산 문제로 감축하였다고 한다.
불황의 그림자는 길었다. 아내와 외식 한 번 하는데도 여러 번 생각을 해야 했고 모든 것을 긴축해야 했다.
경제적인 면만 본다면 2010 년은 어두웠다.
그러나 어두움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마라톤은 나에게 빛이었다. 강렬한 빛이었다.
겨우내 찬바람 속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두려움 속에 B & A 마라톤 대회를 통해서 머리를 올리면서 나이별 3 등에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던 일, 세 번째 대회인 포커너 마라톤에서 당당히 보스톤 마라톤 출전자격을 얻었던 일,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인 뉴욕 마라톤에서 감동의 역주를 펼쳤던 일, 그리고 필라델피아 마라톤까지, 마라톤 입문 첫 해에 7 번의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를 했던 일들이 모두 나의 2010 년 인생길을 밝혀준 가로등이었다.
처음엔 그저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위하여 달리기 시작하여 마라톤을 통하여 인생이 풍요로워졌고, 달리면서 빠져드는 마라톤 명상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이 생겼고, 강변과, 바닷가, 숲 속 오솔길을 달리면서 인간은 자연 생태계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평화와 사랑을 배웠다.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
마라톤을 거의 매일 달린다는 최근의 나의 근황을 전해들은 오랜 친구들의 비아냥 반 부러움 반의 질문이다. 사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야 동서고금,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소원이지만 그것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달림이들의 더 큰 바람이 아닐까?
활기차고, 생동감 있고, 충만한 삶을 산다면 그 생이 짧아도 상관없지만, 내가 확신하건대 매일 달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10 년, 20 년은 더 산다. 내가 말하는 10 년, 20 년은 30 년, 40 년이라고 말하면 “에이” 하고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말하는 수치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많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달릴 수 있는 가장 먼 거리,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빠른 시간, 그리고 인내의 한계, 참을성의 한계, 배고픔의 한계, 나이의 한계….. 심지어는 꿈과 희망의 한계까지도 확장되었다.
달리면서 항상 마주치는 고통, 그 고통 뒤에 얻어지는 한없는 기쁨, 고통 속에 녹아 있는 삶의 경이로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달리면서 새로운 자아, 놀라운 자아를 발견하였고, 미래를 향한 멋진 꿈을 꿀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도전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 묘약인지도 모르겠다.
2011 년에 나는 50 마일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할 것이다.
막상 도전장을 던지고 나니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리고 2011 년 나의 마라톤은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세상을 달리면서 탐험하는 여행의 마라톤이 될 것이다
새로운 바다의 파도소리와, 더 오래된 숲 속의 이야기와, 더 푸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뛰어갈 것이다.
지역의 특산물이나 계절이 제공하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어가며 여행하는 맛의 달리기 여행이 되어도 괜찮겠다.
마라톤은 내게 치유와 깨달음을 주었다.
새해에는 어두운 경제의 터널이 끝나고 평화와 사랑이 사람들 가슴 속에 넘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오해와 다툼은 멀리 달아나고, 용서와 화합이 골인 지점을 제일 먼저 통과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앙금이 남아있으면 가위바위보로 누가 먼저 사과를 할 것인가 결정하면 어떨까?
모르는건 몰라도 확실히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거예요~~~ ^^
또 어떤 경의로운 경험을 하게될지~~~~ 설레이고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