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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2000년 전 세네카의 충고 ‘화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2013.01.05 00:41 / 수정 2013.01.05 00:41
화에 대하여
루키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252쪽
1만3000원


묘하다. 꼭 2000년 전 고대 로마시대에 등장했던 ‘화 다스리는 노하우’가 지금도 쭉쭉 읽힌다. 새 번역으로 선보인 세네카(BC 4~AD 65)의 『화에 대하여』가 그러한데, 실은 요즘의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없다. 세네카는 예수보다 꼭 4년 먼저 태어난, 그야말로 옛날 사람. 하지만 책에서는 아주 진솔한 접근을 했다.

 친동생 노바투스와 주고받은 편지글이 책의 출발이다. 걸핏하면 화 잘 내던 동생은 “어찌 하면 이 병을 고치겠느냐”를 하소연했다. 동생의 고민에 응답한 세네카는 약간의 모험을 곁들였다. 핏대 잘 내던 몇몇 로마 황제 등 최고권력자에 대한 인물평을 등장시켜 자기 말에 설득력을 높이기로 했다.

 당시 세네카는 고급정보가 가장 많았던 인물이다. 폭군 네로가 황제에 오르기 전 그의 가정교사를 내리 5년 했다. 책을 쓸 당시 로마 정계의 실력가이자, 큰 부자이기도 했으니 시야가 넓었던 것이다. 그래서 책 곳곳에는 또 다른 폭군 황제 칼리굴라의 잔혹취미나, 줄리우스 카이사르의 일화가 나온다.

 “불과 얼마 전에도 칼리굴라는 전 집정관의 아들인 섹스투스 파피니우스 등을 하루 동안 매질하고 고문했다. 화의 잔학함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 특성이다. 원로원 의원들에게도 채찍질했다. ‘이 정도야 늘 있는 일이지’라고 (그가) 말했던 것은 이전에도 그랬다는 뜻이다.”(199~201쪽)

 실은 『화에 대하여』는 화 다스리는 법을 다룬 서양문화권의 첫 저술이자 스토아철학의 핵심 고전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몸을 치료했다면, 그는 마음의 질병을 다스리려 했다. 목표는 일시적 광기 폭발인 화를 어떻게 가라 앉힐까에 모아진다. 최고의 치료법은 “화가 치솟을 때 당신의 험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는 조언이다. 자신에게 “잠시 멈춰!”라고 타이를 수 있는 절제의 힘이다.

 철학자 플라톤이 그걸 했다. 자신의 노예 한 명이 큰 실수를 하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었다. 당장 윗옷을 벗고 등짝을 대라고 명했다. 직접 채찍질을 하려고 채찍을 번쩍 치켜든 순간, 플라톤은 자신의 흉한 모습을 깨달았다. 후려치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참 서있었다. 지나가던 친구가 “당신 뭐해?”라고 물어봤다. 플라톤의 답이 걸작이다.

 “화를 내고 있는 나 스스로를 벌 주는 거라네.”

 세네카는 이런 일화 등과 함께 맛있는 철학적 금언(金言)을 배치해 긴장감을 유지한다. “화는, 화낸 사람에게 반드시 되돌아온다” “그저 조금 뒤로 물러나 껄껄 웃어라” “화의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생각이다” 등등. 즉 지루한 논리를 반복하는 대신 “너 자신을 알라”는 식의 금언을 달달 외우게 만들어 ‘마음의 근육’을 키우게 하는 특유의 솔루션이다.

 사실 『화에 대하여』는 칸트 등의 근대철학이 머리만 큰 ‘가분수 철학’인 것과 달리 몸과 마음 전체를 다룬다. 실제로 세네카가 평생 씨름했던 단골 주제도 마음· 행복·돈·명예·노년, 그리고 죽음의 문제였다. 실제로 그의 삶 자체가 영웅적이었다. 제자인 네로 황제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았다.

 자기에 대한 암살 음모에 스승이 연루됐다는 첩보를 전해 들었던 네로는 벌컥 화를 내며 즉시로 세네카의 자결을 명했다. 세네카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은 채 독약을 마시며 품위 있게 갔다. 그의 영웅적 죽음은 소크라테스의 독배(毒杯)와 함께 서구문화에서 철학적 죽음의 한 상징으로 평가된다.

 이 책을 틱낫한 스님의 책 『화』(명진출판사)와 함께 읽어볼 만하다. 두 책은 비슷한 울림을 가졌다. “화를 벌컥 내는 건 불타는 석탄 한 덩이를 손에 꽉 쥐는 것과도 같다. 상대방에게 던지기 전 불에 데는 사람은 그 자신이다.” 틱 스님이 인용하는 붓다의 그 말이 세네카의 조언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또 하나. 『화에 대하여』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비춰보는 거울로도 유용할 듯싶다. 한국사회는 모두가 모두에게 화를 내고, 서로 다른 진영으로 갈라진 ‘앵그리 사회’가 아니던가. 참고로 세네카는 2000년 전 로마사회가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적인 ‘검투사 학교’로 변질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스토아철학은 고대 그리스 멸망 직후 500여 년 간 유행했던 철학사조. 요즘 들어 ‘인간의 얼굴을 한 철학’으로 재평가되며,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자유로운 현자(賢者)를 꿈꿨던 그들의 목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20세기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요약돼 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임으로.”

 
 책은 오래 전 세네카의 작품을 모은 『인생론』(동서문화사) 중 ‘분노에 대하여’란 소제목을 달고 일어 중역본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책은 영어본 4종을 원전으로 삼아 요즘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새로 번역한 것이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34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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