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아는 나의 첫번째 그리고 아직은 하나 뿐인 손녀 딸입니다. 이제 막 두돌이 지났습니다. 할아버지소리를 완전히 못하고 “하찌” 라고 부릅니다. 할머니는 “함니”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자주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냥 웃어도, 울어도 마음이 찡합니다. 웃으면 기뻐서 찡하고 울면 안되서, 그리고 우는 것도 예뻐서 가슴이 찡하고, 고집을 부려도 예쁩니다.
이제 조금씩 눈치도 보고 안 되는것, 되는 것, 가릴 줄 알게 되는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제 세상에 눈을 떠야되고, 해야 되는 것, 해도 되는 것, 하지 말아야 될 것들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뽀얗던 하얀 손이 조금씩 거칠어지는 어린이손으로 변해가는 것도 보입니다.
그 모든 변화가 어린 아이가 어차피 감당해야 할 변화인 줄은 알지만, 세월에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오래전에 느끼던 자식에 대한 사랑인지, 뚜렷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저 그것이 아마도 무조건 적인 사랑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내게 그동안 살아가면서 사랑에도 조건을 붙이게 되고, 사랑도 가려서 하게 되었음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정말 작고 순수하고, 귀한 생명입니다
사랑은 하얀 눈같다는 생각을 이즈음 한껏 내린 눈을 바라보며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에 색이 있다면 하얀색일 거라는 한 친구의 말에 연결되어 떠 오르는 상념은 하얀 눈이었습니다.
온갖 추하고 더러운 것들을 그저 자신의 깨끗하고 순결한 몸으로 덮어 안보이게 해주고, 시간이 지나 때가 차면 그 더러움들을 자신을 녹이면서 씻어가 버리는 하얀눈..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랑이 내 하나뿐인 예쁜 손녀를 통해 보여지고 내게서 새로 탄생해서 우리 가정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율아도 세월 속에서 아픈 것도, 추한 것도 보고, 느끼고, 그리고 자기 속에 조금씩의 그 흔적들을 지니고도 살아가겠지요.. 그것도 가슴이 아프네요..
그래도 우리 율아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사랑과 같이,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의 사랑도 그 예쁜 손녀에게 하얀 눈으로 늘 같이하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을, 몸을 덮어주고, 그래서 그의 아픈 것들, 조금은 추한 모습들도 덮어주고, 가끔씩 녹아내려 그들을 씻겨주고 그래서 가끔씩 새로 태어나게 하며 살아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것이 세상을 살아 헤쳐낼 생각을 하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납니다. 이것이 사랑이겠지요… 참 어처구니없는 사랑입니다. 어찌 세월을 ,세상을 거스르겠다고…
그래도 그 사랑이 세상을 거스르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을 믿습니다.
아, 나도 그 사랑받음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그 예쁜 손녀같이 보여지는 이가 있습니다. 하나님, 내게 그분은 엄하기도 했다가, 너무도 다정하기도 한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면서 할아버지가 되어서, 스스로 어린아이라는 어린아이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그저 어린아이 같을 때가 가장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 누군들 어린아이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믿는 종교를 전하고자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내 사랑하는 손녀를 그 삶 속에서 끝까지 할아버지 가 되어주실 분이 갑자기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 할아버지는 내가 죽어도 영원히 살아서 이 예쁜 손녀를 지켜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아픈 가슴이 다소나마 위안이 되네요..
사랑하는 율아야.. 할아버지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너를 가슴저리도록 사랑하지만, 언젠가는 그를 그쳐야 할 날이 있단다.. 엄마, 아빠와 같이 아주 먼 훗날까지, 하늘의 할어버지와 같이 손잡고 네 삶을 살아간다면 할아버지는 다른 나라에 가서도 아마 그 잠시의 이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단다..
율아를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이번 주 한국일보 독자투고난에 투고한 글입니다.
저는 가끔 할아버지 육아일기를 씁니다. 그냥 예뻐서요...
먼 훗날에 할아버지를 글 속에서 기억해 주면 멀리 떠나서도 기쁠 것 같아서..
손녀의 행동을 사랑으로 표현해 주시는 아름다운 글이네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랑으로 보살피는 끈끈한 정을 먼-훗날끼지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가족애 진면목을 보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