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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커스 마라톤을 뛰며

 

9 월 중순 일요일 아침,

가을은 용커스 옆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의 물의 흐름처럼 유유히 흘러 들어 온다.

구름이 약간 낀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햇살도 급하지 않아 덥지 않다.

운동화를 신고 거리에 나서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느낌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로
 
대표되는 현대의 거칠고 빠른 시간이 아니라 문명 이전의 원시의 시간, 내면의 감정이나

영혼의 깊이에 충실한 아주 고요하고 차분한 시간이 된다.

허드슨 강을 서쪽으로 긴 언덕이 많은 구릉지대인 용커스 마라톤 코스는 죽음의 코스로

악명이 높다. 9.11이 나던 해에 한 번 건너뛰고도 85 회째이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마라톤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에 비해 코스가 난코스라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지 않는다.

하프 마라톤을 뛰는 사람까지 약 5백 명 정도.

출발지점에서 얼마 전 미대륙횡단마라톤에 성공한 권이주씨와, 최변호사와 함께 섰다.

바로 뒤에는  한영석씨, 안종환씨, 권혜순씨가 자리를 했다.

3 월 달에 풀 코스 마라톤에 도전하여 이번이 네 번째 풀 코스 마라톤이다. 매번 마라톤

뛰기 전날 밤에는 잠을 설친다. 코스는 하프 코스를 두 바퀴 도는 코스다.

초가을 도시근교의 일요일 아침은 아주 조용하다. 길 위에는 뛰는 선수들 그리고 급수대의

자원봉사 요원 외에는 별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기차 철도가 왼쪽으로 보이고 그 너머

허드슨강이 흐른다. 병풍처럼 서있는 강변의 절벽이 강 너머로 바라보니 더욱 절경이다.
 
강 위엔 종이배처럼 떠있는 하얀 배가 평화스러웠다.

처음부터 약간의 언덕이었지만 그래도 해볼 만 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마일 표시가 없어

얼마나 달렸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30 분쯤 달리니 진짜 마의 언덕이 나오는데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길이도 약 3 마일은 족히 되는 언덕이었다. 그리고 나니 내리막 길도 다리가
 
풀려서 장난이 아니었다.

오늘 대회는 기록보다는 다음달 스팀 타운 마라톤을 대비한 훈련으로 생각하고 뛰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힘든 코스도 경험하면서 마라톤이 가져다 주는 기쁨을 만끽하면 된다.

마라톤을 뛰기 시작해서 몸이 달구어지면서 온몸에 땀이 송글송글 나기 시작할 때,

마치 스위치를 켜서 어둠에서 밞음으로 옮아가듯이 정신 세계는 다른 세계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것은 아침 동이 터오면서 밤에서 낮으로 바퀴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바뀐다.

스트레스의 세계에서 평안한 세상으로, 온갖 잡념으로부터 무아의 경지로 옮아간다.

끝없이 달려서 찾아내는 세상은 육신과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세계이다.

오늘 롤로코스트와 같은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 몰아의 지경 황홀경에 빠져 초가을

대지의 기를 마음껏 받아들인다.

한 바퀴, 하프 마라톤 지점을 통과하니 풀 코스 주자만 남는데, 이제는 앞에 사람들이
 
몇 명 안 보인다. 여럿이 같이 뛰는 시합이 아니라 개인 훈련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뒤는 어차피 돌아보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반환점을 돌아 얼마 지나지 않아 검정 탱크 탑이

잘 어울리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나를 지나쳐 달려간다. 그리고 그 죽음의 언덕을

간신히 넘어 급수대에서 물를 마시는 참에 권이주 전회장님이 지나가셔서 가까스로 따라붙어
 
한참을 같이 뛰다 결국 먼저 앞질러 가셨다.

아직도 여름의 흔적은 남아있어 10 시가 지나자 조금씩 더워지면서 갈증이 심하게 났다.

물을 마시러 멈추는 시간이 잦아졌다.

이제 일요일 아침 늦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나와, 박수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엄마 손을 잡고 나와 박수치는 예쁜 소녀에게 화답을 보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녀의 응원은 알사탕처럼 달콤했다. 그 옆의 아저씨의 목소리는 시원한 맥주 맛이었다.

미니 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동네 아가시의 한 마디는 진한 립스틱 자국처럼 가슴에 남아있다.

결승점이 가까워지자 다리게 쥐가 나 걷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걷는 사람과 간신히 뛰는
 
사람 몇을 지나쳐 결승점에 골인하자 자원봉사 요원이 완주 메달을 걸어준다.

나 그 메달이 필요해서 열심히 뛰었어.하고 농담을 던졌다. 나중에 기록을 확인해보니

50
대에서 2 등이었다.

50이 넘어서 시작한 마라톤이 완주 첫 해에 네 번 출전하여 벌써 두 번째 입상이다.

초등학교 운동회부터 기억을 되살려도 등수 안에 들은 경험이 없는데 대단한 인생반전이다.

다가올 인생 백수의 시대에, 인생반전의 폭죽을 터트리며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인생의

마라톤은 사뭇 기대가 넘친다. 분명 마라톤을 통해서 나는 별로 빛나지 않은 원석에서 보석으로

다듬어지고 있다. 골인지점을 향하여 최선을 다하여 달려가고 있지만 사실 나는 또 다른 나

자신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나를

향하여 질주를 하는 것이다. 나의 마라톤은 나를 찾아 달리는 머나먼 여행이요, 쉴새없이 단전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내쉬면서 나만의 마라톤 명상법으로 내 안의 진정한 나와의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다,

  • ?
    hyunsoo park 2010.09.23 14:14
    지부장님은 원석을 연마 하여 빛 내는 타 보석 과는 달리
     원래 영롱한 빛 을 발휘 하는 진주 였읍니다.
  • ?
    미제빤쓰 2010.09.24 06:17
    힘들다고 아니 험한 산에 대입시키는 "험준"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코스일 것 같네요.

    느즈막하게 입문하여 기록으로 횟수로 벌써....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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