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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아일랜드 단체 마라톤

 2011 로드아일랜드 마라톤 001.jpg

마라톤을 완주한 다음에 붉그스레 상기된 얼굴은 늘 보아도 좋았는데,
그 얼굴 뒤에 인류 최고의 정신이 담아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아침에
 출발할 때 몇몇 사람이 늦어도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는 사람이 없었고,
 
세 시간 만에 결승점에 들어온 사람은 6 시간 반 만에 들어온 사람을
세 시간 넘게 기다려 위로해 주었다. 초보 마라토너를 위해 기꺼이 손을
 잡고 완주한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나도록
 결승점에 들어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풀 코스 완주도 힘겹게 한 사람이
 뛰어온 길을 다시 뛰어가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여럿이 함께한다는 것은 때론 불편한 노릇이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기다려야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불편함만이 아니라 때론 짜증나는
 일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 받고, 격려하는 부처님
얼굴처럼 넉넉한 모습이었다.

 2011 로드아일랜드 마라톤 003.jpg

미국 50 개 주 가운데 가장 작은 로드 아일랜드, 로드 아일랜드의 주도인
 프로비던스 시내 한 복판에서 출발하여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길을
달리며 초반 레이스를 시작하였다. 지난번 보스톤 마라톤이 끝난 지
이제 2 주가 되었고, 돌아오는 토요일 베어 마운틴 50 마일 울트라 마라톤이
 있어 약간 무리가 되는 일정이었다.

천천히 가장 쾌적한 호흡으로 풀 코스를 즐기는 마음으로 뛴다는 생각을
했는데 천천히 뛰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마라톤은 몸 상태를 최고로
만들어 뛰어야 하는데 아직도 피로가 덜 풀렸다. 이렇게 뛰다가는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피로감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일단은 최선을
 다해서 뛰는데 까지 뛰자고 마음을 먹었다. 1 마일은 프로비던스의
평화로운 항구를 달리는 코스였다. 왼쪽 언덕 위에는 그 유명한 브라운
칼리지가 있다. 2 마일부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 초반 코스에 오르막이
 많았다. 3 마일 지점쯤에서 김한송씨가 뒤에서 따라 붙는다. 우리는 그 지점부터
 약 13 마일 지점까지 같이 뛰었다. 대회에서 이렇게 오래 서로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달려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리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니 더욱 친밀감이 느껴진다.

로드 아일랜드는 빙하기에 얼음이 녹으면서 내륙에 바닷물이 들어와 생긴 섬들과
 굴곡이 많은 해안가들이 아름답다. 후반, 이런 바닷가 자전거 하이킹 도로를 달릴
때는 체력이 현격히 저하되어 다음주 울트라 마라톤을 위해서도 무리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바닷가 경관에 빠져들기도 했다.
 
혜순씨가 처음으로 나를 자나갔고, 제프가 자나갔고, 회장님과 박현수씨가
지나간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뛰다가 하는데 김광수씨와 김학용씨가 역시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다가온다. 아마 20 마일이나 21 마일 지점쯤으로 기억된다.
여기서부터는 셋이서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마무리를 했다. 처음으로 네 시간이
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011 로드아일랜드 마라톤 009.jpg

런닝 펜츠를 입고 운동화 끈을 조여 메고 길 위에 나서면 길은 전혀 새로운 길로
다가온다. 최고의 속력으로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가야만 생존이 가능한 선착순의 길,
오로지 일등만이 모든 것을 가지는 승자독식의 길이 아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며 뛰는 수평의 길이요, 서로를 위로하는 길이고, 서로의 심장박동
 소리에 귀 기울이는 길이고, 서로의 거친 호흡을 안타까워하는 길이요, 건강하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를 확인하는 길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끝없이
달리고픈 꿈이 피어나는 길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면 인류에 대한 책임갑과 연민, 사랑과 친절을 배우게 된다.
달리는 길 위에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없지만, 평화를 향한 열정, 환경에 대한 깊은
 인식이 또렷이 새겨진다. 길 위에는 땀방울과 함께 두려움, 불안, 초조, 절망이 떨어진다.

  • ?
    강명구 2011.05.23 10:54
    늦었지만 정리해서 올립니다.
    다시한번 첫 마라톤 완주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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