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뛰어내리려던 자폐증 아들 … 엄마가 나섰다, 더 좋은 세상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2014.04.02 00:46 / 수정 2014.04.02 00:46자폐성·지적 장애인 80명 일터
사회적 기업 세운 이진희씨
"똑같은 욕구 가진 보통사람"
오늘 유엔 '세계 자폐인의 날'
자폐성 장애를 지닌 아들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고등학교로 진학시켰을 때였다. 학교 친구들은 아들에게 “너는 괴물이니깐 사람이란 걸 증명하려면 여기 4층에서 뛰어내려 보라”고 했다. 아들은 창틀을 딛고 올라섰다. 화들짝 놀란 친구들이 장난이라며 서둘러 마무리했다지만 이 얘기를 전해들은 엄마는 가슴이 찢어졌다.
“이게 가족들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장애가 아니더라고요. 자폐증이 뭔지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되겠다 싶었죠.” 이진희(49·사진) 베어베터 대표가 기업체 인사담당 임원직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이유다.
‘베어베터’는 ‘곰처럼 순수한 자폐성 장애인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Bear makes world better)’는 문장에서 따왔다. 현재 자폐성·지적 장애인 80여 명이 하루에 4~8시간씩 일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 커피 내리는 법과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 제조부터 포장, 배달까지 책임을 진다.
자폐성 장애인의 특징은 제한된 행동을 반복해서 보인다는 것. 이들을 위해 제조 과정을 단순화했다. 사회성이 결여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일부러 배달도 나가도록 한다. 손님 대부분은 자폐성 장애인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반응이다.
느리지만 꼼꼼한 이들의 일 솜씨를 알아본 곳에선 채용 기회를 주기도 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사내 카페를 세우면서 자폐성 장애인 4명을 채용해 설거지, 청소, 커피 내리는 것부터 계산까지 그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친구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면 우리 사회가 이들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대표는 자폐성·지적 장애인도 일반인과 똑같은 욕구를 지닌 보통사람이라며 이런 사례를 들었다. 회사에서 여성 장애인 직원들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칠 때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부터 화장을 받은 한 여직원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저기 여자가 있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아직 사업장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지방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거절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방에도 많은 자폐성·지적 장애인들이 있다”며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런 사업 모델이 더 널리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자폐인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이다. 자폐성 장애는 단순히 언어지체나 정신지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폐성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이해를 높이고자 2008년 지정됐다. 자폐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자는 의미에서 상징색은 파란색이다.
위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