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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노숙인은 서울역 쉼터에 가지 않을까?" 잘 곳이 없어도 노숙인은 쉼터를 거부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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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의 날씨였어요. 노숙인들 50여명이 서울 제기동 용두다리 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벌벌 떨면서요. 잘 곳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잘 곳은 생각보다 많아요. 서울시를 비롯해 여러 단체의 쉼터가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굳이 다리 밑에서 잡니다. 왜 그럴까요? 공공쉼터가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아서 그래요." 

대화가 시작되자 김현일(49) <바하밥집>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것은 차치하고 자신이 밥집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노숙인이 노숙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숙인이 노숙을 잘 하게 만든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시설에만 들어가면 노숙인이 재활된다고 믿는다, 노숙인 대부분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다, 교도소나 감호소 경험 때문에 갇히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그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서울 보문동에서 노숙인과 도시빈민을 위한 <바하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바하밥집, 밥 한 끼의 절실함

<바하밥집>은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다. '밥집'이란 말에 출출함이나 채워볼 생각으로 들어서면 범상치 않은 인상의 주인장이 "밥은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밥집에서 왜 밥을 팔지 않냐"고 되물으면 "손님이 따로 있어 그렇다"고 답한다. 그곳의 주인장이 바로 김현일 대표다.

그는 5년째 바하밥집을 책임지고 있다. 이곳에서 한 끼 밥을 먹는 사람만 총 300여 명에 달한다. 일주일에 세 번,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이다. 2009년 1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단 하루도 약속한 날짜를 거른 적이 없다. 김 대표는 "저녁밥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 한 끼를 먹기 위해 손님들(바하밥집은 노숙인을 '손님'으로 부른다)은 하루 종일 기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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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하밥집은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다 '밥집'이란 말에 출출함이나 채워볼 생각으로 들어서면 범상치 않은 인상의 주인장이 "밥은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 바하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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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설동 대광고등학교 담벼락 벌써 5년 째다. 이곳에서 한 끼 밥을 먹는 사람만 총 300여명에 달한다.
ⓒ 바하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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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저녁도 그랬다. 배식장소인 서울 신설동 대광고등학교 담벼락으로 손님들이 모였다. 이중엔 1시간 30분을 기다린 노숙인도 있었다. 각자 가방 하나씩 메고 왔다. 검은 떼 가득 묻은 가방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다뤘다.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김현일 대표는 "'희망백팩'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숙을 잘하기 위한 선물이라고 보면 된다. 속옷, 양말, 타월, 물, 신발 등이 들어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엽서와 팬"이라고 말했다. '엽서와 펜?' 다시 한 번 물었다. 

"용두교가 있는 서울 제기동 정릉천엔 대형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어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용두교 밑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노숙인들은 말하고 싶어 해요.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다."

김 대표는 희망백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설문을 받았다. 노숙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은 것이다. 예상대로 침낭을 비롯해 신발, 물, 옷 등 기본 물품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나왔다. 많은 노숙인들이 "엽서와 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김 대표는 "노숙인은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어 했다"고 밝히며 "노숙인의 먹고 자는 문제만 생각했지 그들의 목소리엔 귀 기울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활? 현상 유지만 해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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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의 편지 그들은 어디선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한 자의 절규다.
ⓒ 주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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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노숙인의 편지가 어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수신인이 없다. '청계천을 하루 종일 돌았다'부터 '오늘 배식은 고기 반찬이 나왔으면 좋겠다'까지 반복되는 일상을 적어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만으로도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만난 황아무개씨(60대)는 "새 신발도 중요하고 침낭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방에 엽서 한 장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희망백팩'을 총괄하는 주신희 팀장도 "집에서 안 쓰는 가방, 안 입는 옷 그리고 엽서 한 통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숙자는 단지 출발선이 다른 사람이다, 그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평함과 정의가 아니냐"며 동참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김현일 대표는 "노숙자를 단순히 측은지심으로 바라봐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의 말은 이랬다.

"출발선이 다를 뿐입니다. 그들 나름의 삶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척추가 굽은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에게 자활이란 더 이상 굽지 않도록 물리치료해주는 겁니다. 그렇다면 노숙인은? 영혼을 다친 사람들로 봐야 합니다. 쉽게 회복되지 않아요. 특히 규격화 된 삶을 요구하는 곳에서는요."

"서울에서 노숙인이 600명? 3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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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일 <바하밥집> 대표 그는 생각이 필요할 때면 잠시 말을 멈추고 하늘을 봤다. 그의 진중함과 진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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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 대표는 '서울에만 전체 노숙인이 3만이 넘는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서울시에서 내 놓은 서울 노숙자 현황 600여 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김 대표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시에서 확인한 것은 서울역, 영등포, 을지로 등 지하철에서만 자는 노숙인으로 규정한 겁니다. 하지만 노숙인의 범위는 훨씬 넓어요. 노숙인과 도시빈민층은 크게 차이가 없어요. 정확한 수는 밥 먹는 사람들만 체크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동대문구만 하루에 5천여명이 식사를 합니다. 밥퍼, 프란치스코, 소망의 집, 저희 바하밥집까지… 줄 서서 공짜밥 먹는 거, 아무나 할 수 없는 겁니다. 먹어 본 사람들은 알죠."

그는 "노숙인 모두를 관리할 수도 관리돼서도 안 된다"고 말하며 "노숙인 중에 상처 없는 사람 없다, 이들이 자기 나름의 가치관으로 살 수 있게 도움주는 게 우리들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단호한 목소리로 "우선돼야 할 것은 노숙인 스스로의 생각과 삶이 인정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바하밥집>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여러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희망백팩'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연간 예산 36억 1000만원을 들여 '희망원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시원 건물을 빌려 노숙인에게 임대해 주는 형태다. 현재 구세군 재단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다고 욕해선 안된다. 못하는 거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노숙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 진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하밥집에서 함께 일손을 돕고 있는 노숙인들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무엇이 자활에 성공한 것인지 알 순 없어요. 술 끊고, 담배 안 피운다고 자활인가요? 아닙니다. 무조건 기회만 준다고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노숙인 처지에서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사지 멀쩡한 노숙인이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묻는 시선이다. 김 대표가 지속적으로 성토한 부분도 이것이다. 

"외향으로만 판단해선 안 됩니다. 대부분의 노숙자가 정신적 장애가 있고, 여러 사람과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아픈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약점이 있다는 겁니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이해해줘야 합니다."

김현일 대표는 다시 한 번 희망백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은 살게 해줘야 합니다. 그 안에서 계속 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고요. 우리들의 기준을 함부로 부여해선 안 됩니다. 왜 못하냐고 질타해서도 안 되고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바하밥집> 사람들과 함께 최근 공방을 만들었다. 노숙인과 도시 빈민층을 위한 그림과 사진 수업도 준비 중이다. 노숙인과 도시 빈민,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김현일 대표는 인터뷰 말미까지 "크게 기대하면 안 된다, 작은 것부터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동기 부여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중이 노숙인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을 바꿔보려는 그의 의지가 다시 한 번 느껴지는 부분이다. 노숙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집중하는 <바하밥집>의 '희망백팩' 프로젝트가 계속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기도 했다. 
희망백팩 참여 방법은?

하나, 사용하지 않는 백팩을 준비한다.

둘, 희망백팩에 들어갈 기본패키지를 구비한다.
엽서, 팬, 속옷, 양말, 타월, 물병, 책 등

셋, 백팩을 <바하밥집>에 보낸다.
주소는 서울 성북구 보문로 17길 3, 1층 <바하밥집> 앞

넷, 바하밥집 봉사자로 참여해 4월 20일 직접 노숙인에게 전달한다.

자세한 과정은 아래 페이스북 홈페이지 참조
https://www.facebook.com/hope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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